무책임한 공모사업이 고양 '한류월드' 파국 불렀다

한류월드 테마파크 사업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경기도가 지난 2006년 5월 11일 테마파크 사업자인 한류우드㈜와 계약사인을 한 지 6년여 만이다.

경기도는 "지난 5월 20일까지 지분매각을 하지 못한 한류우드㈜ 주간사인 프라임개발과 6월 말까지 합의 계약해지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는 "프라임개발이 지난해 9월 워크아웃에 들어가 자금조달이 끊기고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도금도 사업계획서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프라임개발도 '더 이상 사업을 할 여건이 안 된다'고 사실상 포기선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도는 이에 따라 빠르면 연말 또는 내년 초 사업자를 재공모할 방침이다. 경기도 한류월드사업단 황선구 단장은 "현재 국내 굴지의 대기업 몇 곳이 사업타진을 하고 있다"며 "한류월드는 기존대로 테마파크 콘셉트를 유지하되 공연장·체험관·부대시설 등으로 일부 사업을 변경해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테크노마트 매각도 계약 직전 불발

한류월드는 경기도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장항동 일대 99만4756㎡(약 30만평)에 대규모 호텔과 한류 테마파크 등의 건설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현재 도로, 전기, 수도, 가스 등 기반시설 공사가 거의 완료됐고 하천 공원과 주변의 산책로도 조성된 상태이다.

한류월드 부지는 1구역(테마파크와 상업시설), 2구역(복합시설과 호텔), 3구역(방송통신시설·호텔)으로 나뉜다〈지도〉.

이번에 한류우드㈜와 계약을 해지하는 부분은 1구역이다. 한류월드의 핵심인 1구역은 각종 놀이시설을 갖춘 테마파크(24만39㎡)와 상업시설(4만2313㎡)로 구성된 곳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구역은 땅값 1888억원과 라이딩·어트랙션 시설(유희시설) 2500억~3500억원, 상업지구 건축비 1000억원 이상 등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프라임개발 등 10개사 컨소시엄인 한류우드㈜는 지난 2008년 5월 기공식을 가졌지만 그 이후 4년간 공정률은 '0' 상태. 이에 따라 경기도는 지난해 한류우드㈜와의 계약을 유지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프라임개발 백종헌 회장이 "한류월드 사업은 끝까지 하겠다. 구의동 테크노마트를 팔아서라도 반드시 하겠다"며 집념을 보이고 테크노마트 매각에 나서자 경기도는 이를 믿고 지난해 6월 11일 중도금 납부 일정을 조정하고 개발기한도 늦춰주는 등 계약변경을 해줬다. 하지만 계약변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테크노마트가 흔들리는 사고(7월 5일)가 발생하고 테크노마트 매각은 계약직전 불발됐다. 이어 프라임개발도 워크아웃(9월 2일)에 처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30일까지 내야 할 중도금 130억원도 내지 못했다. 추후 경기도에 내야 할 땅값 원금만 508억원에 이른다. 사업시행계획서도 제출하지 못했다. 결국 프라임개발은 한류월드 사업에 백기를 들게 된 것이다.

◇道, 계약해지료 1745억원 추경 세워

현재 경기도와 한류우드㈜의 현안은 합의 해지 여부이다. 합의 해지가 되면 도는 한류우드㈜와 소송 없이 사업관계를 정리하고 가능한 한 빨리 신규 사업자를 재공모 할 수 있다. 하지만 강제 해지하면 소송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게 된다. 경기도는 그동안 한류우드㈜로부터 땅값과 이자 등을 포함해 1586억원을 받았다. 이 돈은 그동안 한류월드 1~3구역을 개발하기 위한 비용(땅값보상비 3090억+인프라시설비 890억)에 사용됐다. 하지만 계약 해지로 도는 법정이자 등을 포함 총 1745억원을 되돌려주기로 하고 지난 5월 초 추경예산에 반영, 통과시켜 놓았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한류우드㈜는 192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에서 현재 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프라임개발은 "요구하는 1920억원은 PF대출 상환자금"이라며 "운영비, 용역비 등을 포함해 한류월드 1구역 사업으로 인한 총손실이 700억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프라임개발이 맡은 사업 모두 중단

한류월드 1구역뿐만 아니라 2구역 복합시설용지(8만3220㎡)도 문제다. 2구역도 프라임개발이 주간사인 일산프로젝트㈜가 참여하고 있다. 일산프로젝트㈜엔 9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도는 2008년 8월 일산프로젝트㈜와 5942억원에 토지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일산프로젝트㈜는 계약금 594억원과 1차 중도금 1691억원을 겨우겨우 내다 2010년 6월 계약해지됐다. 일산프로젝트㈜는 2010년 10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으로 2심 선고는 오는 7월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킨텍스지원부지 내 차이나타운과 퍼즐도 프라임개발이 주간사로 참여하고 있다. 프라임개발은 이것도 PF대출을 받아 각각 354억원과 498억원에 부지를 매입했지만 공사중지 상태다.

◇주 타깃인 호텔사업도 지지부진

이런 영향으로 한류월드 내 다른 시설들도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 당초 주 타깃으로 시작한 호텔 부문은 대명만이 진행하고 있는 상태. 대명은 특2급 호텔(370실)은 내년 3월에, 가족호텔(290실)은 2018년 준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터불고호텔과 중국의 해남항공공항그룹과의 협약은 아직도 양해각서에 그치고 있다. 이외에도 작년 5월 착공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디지털방송콘텐츠지원센터는 공정률 30% 상태로 내년 8월에, 또 EBS사옥은 현재 실시설계 단계로 내년 착공 2014년 말 완공 예정이다.

◇"책임지는 사람 아무도 없어"

한류월드 사업이 이렇게 난관에 봉착하게 된 주요인은 뭘까. 그동안 건설경기가 어려웠다고는 하지만 자금력이 의문시되는 기업에 가장 중요한 사업을 무더기로 맡긴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오로지 PF (Project Financing)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진척이 안 되니 다른 부지의 사업자들도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류월드 인근에 사는 이정희(45)씨는 "한류월드 일대가 이렇게 엉망인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철저한 감사가 뒤따라야 한다"며 "2006년 5월 한류월드 1구역 첫 계약, 2008년 8월 2구역 복합시설용지 계약 등 당시 최종 책임자로서 사인을 했던 도지사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한류월드사업단 황선구 단장은 "한류월드, 킨텍스지원부지 개발사업은 공모사업의 맹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케이스"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들은 공모사업에 입찰할 때 대부분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지원한다. 심사 때 입찰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처음에는 어느 회사가 참여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도록 A, B, C, D사 등으로 서류를 제출한다. 제일 입찰조건이 우수한 컨소시엄이 선정된 후에야 어느 회사가 참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 프라임개발은 이런 선정방법을 활용, 공모사업마다 파격적으로 입찰해 한류월드 테마파크 및 상업시설, 복합시설부지와 킨텍스지원부지차이나타운, 퍼즐까지 선점할 수 있었다. 이후 프라임개발이 선점한 곳은 모두 난관에 봉착하고 결국 다른 사업까지 지연되는 악영향을 끼치고 만 것이다. 황 단장은 "당시 일정지분 이상의 사업참여를 금지하는 제한적 공모방법을 적극 고려했어야 했는데 왜 그렇게 못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한류우드㈜에 굳이 계약변경을 해주며 기간을 연장시킬 필요가 있었나 하는 아쉬움도 든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