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율 낮고 매니저 안바뀐 간판펀드 유리"

"지금은 과거 10년간 이어져 온 자산 버블(거품)이 꺼지는 상황입니다. 시장이 거품을 걷어내며 가라앉고 있는 시기인 만큼, 과거의 투자 공식은 버려야 합니다."

남동준<사진>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지난 2007년 본인이 직접 만든 펀드인 '코리아대표그룹펀드'를 6년째 운용하고 있는 텃새 펀드매니저다. 일반적으로 여의도에선 펀드매니저들이 이직을 3~4년마다 거듭해 '철새'라고까지 불리는데, 남 상무는 자신의 투자 철학을 벌써 6년째 한 펀드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남 상무가 운용하는 간판급 상품인 코리아대표그룹펀드는 크게 3가지 투자 철학에 맞춰 종목을 선정한다. 남들은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이 있거나(삼성전자·현대차), 구조적인 성장을 거듭하거나(제일모직·LG생활건강) 혹은 턴어라운드(업황 개선)하는 분야(삼성전기·금호석유)여야 한다는 것이다.

남 상무는 이를 '생존력이 강한 강(强)기업'이라고 표현했다. 텃새 펀드매니저의 원칙 있는 투자에 힘입어, 코리아대표그룹펀드는 2007년 1월 설정일 이후 지난달까지 101%의 누적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3%)을 크게 앞지른다. 매년 수익률은 주식형 펀드 중 상위 10% 내에 들고 올해처럼 펀드환매 열풍이 불 때도 600억원의 자금이 유입돼 현재 설정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남 상무는"매니저 교체 없이 한 매니저가 지속적으로 수년째 운용하는 1조원대 대형 펀드로는 코리아대표그룹펀드가 유일무이할 것"이라며 "느리지만 견조하게 움직여 매년 7~8% 정도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려 왔다"고 말했다.

남 상무는 이미 해외에서도 투자 안목을 인정받았다. 일본에서 자산규모 1위인 노무라자산운용이 아시아 펀드를 새로 출시하면서 한국 주식의 운용을 위탁할 펀드매니저로 그를 콕 찍어 선정하기도 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처럼 호들갑 떨어서도 안 됩니다. 왜곡된 기대감을 갖게 되면 투자를 그르치고 다칠 확률이 높습니다."

그는 "사회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특정 주식에 투자해 장기로 보유하는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면서 "트렌드를 간파하고 종목을 선별할 수 있는 펀드에 가입해 수익률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상무는 "시장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기업을 골라내면 승산이 있다"면서 "주식 종목을 고를 때처럼 펀드도 신경을 써서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종목을 자주 교체하지 않아 회전율이 낮고, 펀드매니저 교체도 자주 하지 않으면서 운용사가 '얼굴'로 내세우는 간판펀드에 가입하라고 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 안목이 없는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상품에 가입하느니, 차라리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