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 가능하면 깨지 말고 IT·자동차 종목에 관심을

'주가는 폭삭하고, 환율은 급등하고, 이자는 줄어들고….'

재테크 대흉년을 맞아 멘붕(멘탈 붕괴란 뜻의 신조어)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 외풍이 몰아친 지난달, 외국인은 4조원 가까이 주식을 팔아 치웠고, 환율은 한때 김정일 사망 당시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못 잡고 헤매는 멘붕 투자자들을 위해, 머니섹션 M이 증권사의 전문가 7인에게 상황별 처방전을 받아봤다.

◇깡통 수익률인 적립식펀드 투자자

전문가들은 급히 쓸 곳이 없다면 적립식 펀드 투자는 지속하라고 추천했다. 적립식 투자의 묘미는 평균비용 분산효과에 있는 만큼, 주식시장이 상승기로 접어들 때 얼마든지 수익을 내면서 환매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식연 현대증권 강남지점장은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적립하던 것을 임의식으로 바꿔서 주가 하락시점에 평균 이상의 금액을 적립하고, 주가 고점에는 적립하지 않는 등 투자법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했다. 현재 보유 중인 펀드 자체의 품질을 검토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차장은 "장기 적립식 펀드의 성과에 대한 믿음은 유지하되, 그 바구니를 유지할지 아니면 다른 바구니에 담아 지속 불입할지는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 급락에 울고 싶은 코스닥 투자자

최근 급락장은 새로 주식에 투자하려는 투자자에겐 기회이지만, 이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에겐 지옥보다 더한 고통이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급락장을 종목을 갈아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권했다. 그동안 특정 우량주가 많이 올라서 코스닥이나 소형주에 투자한 개인들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IT나 자동차 같은 실적호전주나 업종별 대표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라는 것이다. 김도현 한투증권 차장은 "급락장 이후에 시장이 반등하거나 안정을 찾으면 코스닥이나 소형주가 아니라 업종 대표나 대형 우량주부터 반등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미애 신한금융투자 논현지점장은 "코스닥과 개별주 비중을 줄여 대형 우량주 비중을 높이되, 현금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게 가져가는 게 좋다"면서 "여윳돈은 현금으로 들고 있다가 상승 흐름으로 추세가 뚜렷하게 전환되는 시점에 주식 비중을 높이면 된다"고 말했다.

◇매수 타이밍 고민하는 현금 보유자

올해 1분기(1~3월) 증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대표되는 IT와 자동차 업종이 상승세를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시장이 크게 흔들렸을 때도 이들 대표 종목들의 하락폭은 다른 종목에 비해 크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올 초 고점에 비하면 가격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배진묵 KDB대우증권 방배동지점장은 "최근 외국인들이 주식 매도에 나선 이유는, IT와 자동차 업종 자체의 실적 둔화를 걱정해서라기보다는 그리스 위기 때문"이라며 "통상 2~3분기에 자동차와 IT업종 실적이 좋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진 선에서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강남센터 부장은 "IT 중에서도 휴대폰이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주식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코스피가 2000을 회복하는 시점은 3분기 이후라고 판단되지만 국내 기업 실적이 견고히 유지되고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다면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손실구간에 진입한 ELS 투자자

주가연계증권(ELS)은 특성상 미리 정해 놓은 조건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주가가 폭락해서 손실 구간에 놓였다고 해도 추후 만기 시점에 증시가 반전한다면 상환이 가능할 수 있다. 물론 반대로 이득이 나고 있더라도 만기 시점에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윤재호 미래에셋증권 차장은 "아직 만기가 넉넉히 남았다면 당장 ELS를 정리해 손실을 확정시키기보다는 향후 증시 추이를 살펴보며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ELS는 중도상환 시 평가금액의 5~10%를 수수료로 더 내야 해서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 외에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삼성증권 대치지점장도 "만기일이 가까워질수록 조기상환 조건이 가입시점보다 완화되는 ELS에 가입했다면 만기일까지 보유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재영 부장은 "손실구간에 접어들게 만든 개별 종목이 향후 상승 여력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면 차라리 중도 환매를 해서 다른 투자법을 노려보는 전략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김도현 한국투자증권 차장, 김태영 삼성증권 지점장, 노미애 신한금융투자 지점장, 배진묵 KDB대우증권 지점장, 윤재호 미래에셋증권 차장,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부장, 최식연 현대증권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