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4년째 불법매립… 악취 아시안게임 될 판

서울·인천·경기도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을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2009년부터 4년간 수십만t(톤) 규모의 하수슬러지(sludge·하수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침전 폐기물)를 불법 매립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에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시정 명령까지 받았지만 그 후에도 불법 매립 행위가 계속됐다. 감독 당국인 환경부는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등 이유로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31일 전했다.

환경부와 매립지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매립지공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가 처리를 위탁한 하루 평균 약 2500t의 하수슬러지를 매립지 내 처리시설인 기존 '고화처리장'으로 반입해, 이 중 800~900t의 하수슬러지에 연탄재 등을 섞은 뒤 이를 매립지 내 제2 매립장에 파묻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환경오염 방지 등을 이유로 하수슬러지의 매립을 금지하고 있다. 단, 하수슬러지를 재처리해 통상 80% 안팎인 하수슬러지의 함수율(含水率·슬러지에 포함된 수분의 비율)을 75% 이하로 낮출 경우 '하루 500t 미만' 범위에서만 매립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규모 이상의 하수슬러지를 매립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매립지공사 측이 법에 규정된 매립 한도를 초과한 슬러지를 감사원 감사 이후 아직까지 계속 파묻고 있다"면서 "제2 매립장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수영 등 경기가 열리는 인근 지역이라 이런 사태가 계속될 경우 악취 발생 등으로 아시안게임 경기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골프장, 승마장, 수영장 등은 제2매립장에서 3~7㎞ 떨어진 곳에 있다.

본지가 입수한 매립지공사 내부 자료에 따르면, 매립지공사는 2011년 한 해 동안 제2 매립장에 하루 평균 1146t의 하수슬러지를 파묻은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한 해에만 매일 허용범위 500t을 배 이상 초과한 평균 646t씩, 총 20만t(공휴일 등을 제외한 300일 영업일 기준)을 불법 매립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매립지공사의 불법 행위를 사실상 묵인해 주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소각이나 재활용 등 다른 방식의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을 동원해도,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 물량이 갈수록 늘면서 이를 다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처럼 수도권 하수슬러지 물량이 늘어나자 서울시·경기도 등과 공동으로 '기존 고화처리장' 외에 수도권 매립지 내에 추가 하수슬러지 처리 시설을 증설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약 1200억원을 투입해 제1단계 및 2단계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을 완공한 데 이어, 지금은 약 1000억원을 들여 제3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1단계 시설의 경우, 설계·시공·감리 등 공사 전 과정이 불법·비리로 얼룩지면서 제대로 가동조차 안 되는 시설을 매립지공사가 인수하는 바람에 약 400억원의 공사비가 사실상 탕진〈본지 2010년 6월 11일자 A14면 보도〉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시설은 당초 하루 평균 907t의 슬러지를 처리하기로 계획돼 있었으나 현재 약 600t정도만 처리하는 등 정상적인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