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착한 천광청이 건넨 첫 마디는 "한국을 배워라"

"중국은 한국 같은 동양적 민주주의를 배워야 합니다."

중국에서 가택연금돼 있다 기적적으로 탈출해 지난달 19일 미국에 도착한 중국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41·사진)이 31일 뉴욕의 외교관계위원회에서 미국에서의 첫 공식 회견을 가졌다. 인권·외교·법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열린 천 변호사의 회견은 9년 전부터 그를 알고 지내다 이번 미국행을 도운 제롬 코언 뉴욕대 법대 교수가 진행했다.

천 변호사는 회견에서 "중국 정부는 서방의 민주주의를 그대로 모방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처럼 동양에도 모범적인 민주주의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동양적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피한다는 중국의 옛말을 민주주의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생전에 중국의 완전한 민주주의를 목격하리라고 믿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수년 안에 중국에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민주주의가 개선되리라고 보는 이유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정보의 빠른 확산을 꼽았다.

천 변호사는 "중국 사람들은 요즘 '(인터넷에) 알리지 않으려면 뭐 하러 하는가'라는 말을 흔히 한다. 정부가 부패나 부당한 인권탄압을 암암리에 저지른 후 숨길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투명한 인터넷을 활용한 정보 공개를 통해 중국의 민주주의 확립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뉴욕대 법대의 방문 학자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천 변호사는 미국의 장애인 관련법과 국제법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다.

국제법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고문, 인권탄압 등 중국 안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가 국제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천 변호사는 "중국은 다른 국가의 내정 간섭에 강하게 반발하지만 중국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국내법의 테두리를 넘어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침해한다. 따라서 국제법의 적용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내 사소한 다툼은 가족 안의 문제지만 한 가족이 다른 가족을 심각하게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면 법적 처벌을 받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