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역 3·4번 출입구, 5미터 옮긴다는데…

서울시는 지난 30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지하철 2호선 서초역 3·4번 출입구를 '사랑의교회' 신축 터 안으로 5m 옮기는 계획을 통과시켰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2010년 '사랑의교회' 세부 개발 계획 결정 당시 '특혜' 논란이 일었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지하철 출입구가 교회 바로 앞에 들어서고 교회 건물과 이어지는 지하 통로도 생긴다.

이를 두고 서초구민 350명은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교회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며 시에 주민 감사를 청구했다. 황일근 서초구 의원은 "지하철 출입구가 교회 쪽을 향하고 있어 기독교인이 아닌 행인도 어쩔 수 없이 교회를 바라보게 된다"며 "이는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9일부터 감사를 벌여 기존 지하철 출입구를 교회 앞으로 옮기게 해주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고 있다.

사랑의교회는 지금 공사 중인 대지 6782㎡를 2009년 6월 대림산업으로부터 1175억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나서 그동안 대법원 앞이라는 이유로 종교 시설을 지을 수 없도록 한 지구 단위 계획을 변경해달라고 서울시에 신청, 승인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배병태 종교자유정책연구소 사무국장은 "대법원 판결의 공정성을 위해 그 근처엔 종교 시설을 짓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대법원 맞은편에 교회가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고도 제한도 완화됐다. 전에는 대법원 앞이라 건물 고도를 60m 이하로 제한했는데, 서울시가 70m까지 풀어준 것이다. 황 구의원은 "그동안 대법원 권위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주변 고도를 제한했는데, 교회에 대해서 이를 완화해줬다"고 했다.

특혜 논란이 자꾸 일자 장래황 서울시 시설계획과장은 "지하철 출입구를 교회 부지 안으로 옮기는 건 보도를 넓혀 주민들이 왕래하기 쉽게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교회 소유 터를 이용하긴 하지만 외관상으로는 교회 건물 밖에 출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지하철 출입구가 보도를 막아 통행이 불편한데, 출입구를 옮기면 보도 폭이 넓어져 지나다니기 더 편하다고도 했다. 김영우 사랑의교회 건축처장은 "2009년 서울시에서 먼저 지하철 출입구를 교회 시설 안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며 "주차 공간이 부족해 지하철을 타고 교회에 오는 신도가 많을 텐데 이 중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배려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출입구를 이전하는 데 드는 공사비 30억원은 교회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사랑의교회는 고(故) 옥한흠 목사가 1978년 지하철 강남역 부근에 개척, 지금까지 성장을 거듭한 대표적 대형 교회 중 하나다. 서초역 부근에 짓는 새 교회 건물은 지하 8층~지상 8층, 지하 8층~지상 14층 두 동이다. 공사비 1200억원이 들어가며 2013년 10월 완공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