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기념비 주위 바꿔보자" 아이디어 공모… 한국인 건축가, 원형 보행길로 우승

미국을 상징하는 건축물인 워싱턴 DC의 워싱턴 기념비(Washington Monument) 주위를 새롭게 바꿀 아이디어 공모에서 한 젊은 한국 건축가의 작품이 최종 우승작에 선정됐다. 미국 비영리 단체 '내셔널 아이디어스 컴피티션 포 워싱턴 모뉴먼트 그라운즈'가 최근 전 세계 건축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전에서 임진우(35·창조건축 실장·사진)씨의 작품 '유 앤드 미(You and me)'가 캐롤리나 카위아카의 '더 피플스 포럼(The people's Forum)'과 함께 우승작으로 확정된 것.

높이 169m의 오벨리스크 형태로 된 워싱턴 기념비는 1885년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건축물. 그 주위로 백악관, 링컨 기념관, 알링턴 국립묘지 등 미국의 주요 시설이 배치돼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막상 기념비 바로 아래의 그라운드는 오랜 기간 방치됐다. 워낙 국가적으로 중요한 상징성을 띤 공간이다 보니 1700년대 말 워싱턴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200년이 넘게 기념비 주변을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디자인 논란·재정 문제 등으로 어느 안 하나도 결정되지 못한 것.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한 미국의 교수·건축가·디자이너들이 의기투합해 2010년 '내셔널 아이디어스 컴피티션'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이 공간을 변화시키기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1년 동안 전 세계 건축가 520여명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3차에 걸친 심사 끝에 임씨의 아이디어 등 2개가 채택됐다. 임씨는 현재 공사 중인 GS건설 신사옥, 서울대 경영대학원 증축 등에 참여한 건축가다.

임씨의 아이디어는 기념탑을 중심으로 위에서 봤을 때 원 모양으로 보행 길을 만드는 안이었다. 길은 군데군데 다른 형태를 띤다. 지하로 만들어져 고립된 공간도 있고 야트막한 언덕처럼 된 곳도 있다. 임씨는 통화에서 "기념비가 가진 중심성을 강조하기 위해 원 형태로 만들었다"고 했다. "여러 가지 길을 경험하면서 방문자들은 기념비를 다른 각도로 쳐다보게 되고, 이를 통해 기념비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이라는 설명. 그는 '제목에서 유(You)는 기념비가 될 수 있고, 도시·자연·친구도 될 수 있다. 관계성에 주목한 것"이라 했다.

아이디어가 당장 현실화하는 건 아니다. 주최 측은 "공모전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차원이고 향후 다양한 아이디어가 쌓이면 그라운드를 조성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 밝혔다. 임씨는 "한국의 많은 공공 건축 프로젝트가 공공의 동의를 구하는 단계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공모전을 통해 지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래를 위해 공공장소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임씨 작품을 비롯해 공동 우승자 카위아카의 '계단형 광장' 아이디어 등 응모작들은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 건축센터에서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