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이어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마저 흔들… 세계경제, 기댈 곳이 안 보인다

유럽발(發) 재정위기의 여파로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강력한 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달 10일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퍼펙트 스톰'을 처음 경고할 때만 해도 과도한 비관론으로 해석됐는데, 최근 세계 각국에서 발표된 최신 경제지표들은 그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의 5월 고용지표는 글로벌 증시에 충격을 주었다. 선진 경제 가운데 그나마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 경제마저 모멘텀을 잃고 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마(魔)의 8%' 벽을 깨기는커녕 전달보다 0.1%포인트 오른 8.2%를 기록했다. 작년 8월 9.1%에서 지난 4월 8.1%까지 떨어졌던 고용지표가 다시 악화된 것이다. 이날 미국 증시는 올 들어 최대 낙폭(-2.2%)을 기록하며 연초부터 지금까지의 상승분을 모두 까먹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는 "미국 경제도 유로존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부실한 고용지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경기침체로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에선 스페인·그리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의 경제지표가 빨간 불을 켜고 있다. 1일 영국의 5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4.3포인트 하락한 45.9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독일도 이 수치가 45.2로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존 전체 17개국의 4월 실업률은 평균 11%로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높은 성장률로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마저 흔들리고 있다. 브라질의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0.8%로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브라질 경제는 2010년 1분기엔 9.3% 성장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릭스 국가 가운데 브라질이 올해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중국과 인도 역시 부진한 제조업, 성장률 지표를 발표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WTI)는 1일 배럴당 3.3달러 떨어진 83.2달러로 작년 10월 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글로벌 투자자금이 안전한 자산으로 몰리면서 독일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이자를 받기는커녕 웃돈을 주고서라도 독일 국채에 돈을 묻어두겠다는 극도의 투자 불안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