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이어 스페인이 몽니를 부리면서 유럽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제금융이 불가피해진 스페인이 외부의 간섭 없이 지원만 받으려고 하는 바람에 유럽 관리들을 격분시키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스페인은 당장 자산규모 3위의 국영은행인 방키아의 파산을 막기 위해 190억유로(약 28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재정 고갈로 외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다.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970억유로가 1분기에 스페인에서 빠져나가고, 국채금리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의 마지노선인 7%에 근접함에 따라 자금난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은 구제금융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오는 7월 출범하는 유럽안정화기금(ESM)이나 국채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에 긴축안을 제시하고 이행 상황을 분기별로 점검받는 등 내정 간섭에 가까운 수모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간섭을 피하기 위해 스페인은 유럽은 물론 미국에도 '간섭과 조건 없는'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상대방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정부가 7일 발행할 10년물 국채 입찰이 부진할 경우 스페인 위기설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17일 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그리스 역시 여전히 배짱을 부리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급진좌파정당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1일 연설에서 "집권할 경우 국채 이자 지급을 중단하고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110억유로 추가긴축, 공기업 민영화 계획, 최저임금 삭감 등 구제금융을 받을 때 합의한 약속 대부분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 '벼랑끝 전술'을 더욱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