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發) 쇼크가 세계 경제로 전염되면서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유럽의 경제 부진이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으로 꼬리를 물고 영향을 미치고 있고, 불안 심리가 금융시장에도 반영돼 글로벌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속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유럽·중국 등 한국의 3대 수출시장이 모두 흔들리면서 한국 경제는 날개를 잃은 꼴이다.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세이다. 내수도 부진해 그동안 최대 호황을 누려 왔던 백화점 매출조차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올 들어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고, 가계 대출 연체율은 지난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7%에서 3.5% 이하로 떨어뜨리고, 각종 기금에서 5조~6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경기 부양에 사용키로 하는 등 비상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산행에서 "추경 편성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곤란하지만 기금 운용 계획을 바꿔 지출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중소기업, 벤처창업기금 등에서 최소 1조원 안팎의 기금을 증액하고, 매년 10조원이 넘게 발생하는 불용(不用) 예산 중 절반 정도를 빼내 경기 부양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