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수익에 끌려… 연기금, 부동산 투자 확대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연기금들의 부동산 사랑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고착화되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으로 은행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 대상으로 부동산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과거 아파트 건설 사업에 대출해주는 형태(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벗어나 대형 빌딩을 인수·개발해 임대수익을 얻는 쪽으로 부동산 투자의 무게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최근엔 중국 관광객이 대폭 늘어나면서 호텔과 쇼핑몰 등으로 투자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연 5~8% 수익, 매각 차익까지

요즘 국민연금은 국내외 대형 부동산 딜에서 큰손으로 통한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국내 빌딩 거래 사상 최대금액인 1조2000억원에 팔린 서울 청진동 12~16지구 오피스빌딩에 1조원을 투자했고, 그해 3월에는 서울 종로구 SK본사 사옥을 SK그룹과 함께 5530억원에 샀다. 해외에선 2010년 영국 런던의 HSBC 본점 빌딩, 독일 베를린의 소니센터에 이어 작년 미국 뉴욕 맨해튼 230파크애비뉴 빌딩까지 수천억원짜리 빌딩을 거침없이 사들이고 있다. 현재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은 10조원으로 국민연금은 향후 5년간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금액을 2017년까지 약 6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체투자에서 부동산 비중이 절반 정도임을 감안하면, 31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작년 국민연금은 대체투자로 얻은 수익률(2011년 기준 10.2%)이 가장 높았다. 주식은 -9.5%, 채권은 5.7%였다.

이영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이사는 "대형 빌딩에 투자해 얻는 임대수익률은 연 5~8%이고, 해마다 물가상승률만큼 건물값도 올라 매각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연기금과 보험사 등 대형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좋은 물건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뜨는 부동산은 10여년간 공급이 많았던 오피스빌딩보다는 비즈니스 호텔이나 고급 쇼핑몰이다. 김형석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사장은 "중국 관광객 증가로 과거 연평균 70%도 안 되던 서울시내 호텔 객실 점유율이 최근 80%를 넘어섰고, 명동처럼 입지가 좋은 곳은 100%에 이른다"며 "입지가 좋은 호텔이나 쇼핑몰은 임대수익률이 연 7~9%까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모형 펀드로 개인도 투자할 수도 있어

부동산 펀드는 작년 한 해 동안 1조4000억원 늘어나 현재 16조6175억원에 이른다. 개인 투자자들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모형 부동산 펀드도 늘고 있다. 부동산 펀드 투자 시 유의할 점은 한번 설정되면 중간에 가입하기 힘든 '폐쇄형'이기 때문에 금융회사 등을 통해 투자정보를 미리 입수해서 투자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거래소에 상장된 공모형 부동산 펀드를 활용하면 언제든지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설정한 공모형 펀드'맵스리얼티1'은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누구나 사고팔 수 있다. 주가는 3020원으로 액면가(5000원)보다 많이 내려와 있지만, 주가 변동폭이 적고 매년 배당금을 주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고려한다면 투자할 만하다. 올해 배당률은 3.5%였지만 펀드가 투자한 빌딩들의 공실률이 매년 줄어들면 2015년부터는 7%대 배당도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또 해외에 상장된 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하는 글로벌리츠 펀드도 개인의 소액 투자가 가능한데, 투자 시 환차손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