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제 진짜 문제는 제조업 경쟁력 약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스페인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3.4%로 유로존 평균 2%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2007년까지만 해도 재정수지 흑자(GDP대비 1.9%)와 낮은 정부부채 비율(GDP 대비 36.2%)로 건실한 재정상태를 유지했다. 겉으로 보기엔 유로존 내 모범국가였다. 그러나 스페인 경제의 호조는 허상이었다.

스페인 금융기관들은 유로존 출범 이후 낮아진 조달비용에 기대어 대규모 신용을 창출했다. 이 돈의 대부분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2007년 유로존 전체 신규주택 건설의 3분의 1 이상이 스페인에서 일어났을 정도로 건설경기가 과열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스페인 경제의 몰락이 시작됐다. 주택가격이 2008년 정점 대비 30% 이상 폭락했다. 17개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는 스페인의 재정을 악화시킨 또 다른 요인이다. 학교, 병원 등 공공지출의 절반 이상을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있는데,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빚더미에 올라 있다. 지난달 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마드리드, 카탈루냐 등 8개 주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스페인 경제의 아킬레스건(腱)은 빚 문제라기보다 실물경제의 성장력 약화에 있다. 유로존 가입 이후 환율 조정이 불가능해지면서 스페인의 제조업 경쟁력은 꾸준히 약화되었다. 2011년 기준 스페인 산업 중 제조업 비중은 14.6%로 유로존 평균치인 17.4%에 비해 낮다(독일 25.1%). 반면 건설업 비중은 12.4%로 유로존 평균치의 2배에 이른다.

현재 스페인은 재정 긴축에 따른 장기 경기침체가 은행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재정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