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연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원화 가치 하락)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하는 식료품 업체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면 내수주인 식료품 업체들의 주가가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환율 위험으로 인해 수입원가가 상승하면서 주가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4일 밀가루 가공 업체인 대한제분(001130)의 주가는 전날보다 3000원(2.84%) 하락한 10만250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21.75% 하락했다. 또 동아원(008040)도 5월부터 이날까지 12.83%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0.03% 떨어졌다. 5월 한 때 소맥 가격이 부셸당 700달러를 넘어서며 급등하자 고환율과 함께 소맥을 주로 수입하는 밀가루 업계의 주가도 크게 하락한 것이다.
밀가루 업체 뿐 아니라 다른 식료품 업체들도 원재료를 주로 수입하는 만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으로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은 5월부터 13.36%떨어졌고, 롯데제과(004990)도 10.98% 떨어졌다.
이처럼 식료품 업체들의 주가가 맥을 못 추는 것은 환율 때문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3원 오른 1182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5월부터 약 한달동안 4.6% 올랐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인한 유럽의 재정위기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오르는 것이다.
다만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로 달러 가격이 올라가는 동시에 곡물 가격은 떨어지면서 환율 상승을 상쇄하고 있어 앞으로는 주가 하락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급등했던 소맥 가격은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고 있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1일 현재 소맥가격은 전날보다 4.89% 떨어지면서 부셸당 612.25달러를 기록했다. 또 옥수수는 부셸당 551.5달러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고 설탕도 파운드당 19.09달러로 52주 최저가(18.95달러)에 근접한 상태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식료품 업체의 수입원가가 2분기부터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으로 곡물가 가격 하락이 상쇄돼 투자자들이 실적이 나쁠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다만 경기가 둔화되면서 곡물가격도 예상보다 더 하락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 보다는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