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세계 경제] 세계 각국 "플랜B(위기 대응 계획)" 가동… 유럽자산 잇달아 처분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각국이 저마다 '플랜 B(위기 대응 계획)'를 모색하고 나섰다. 유로화 채권 등 자산을 팔고, 방화벽을 쌓는 등 유럽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 "지난달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7% 가까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유로화 채권 등 유로화 자산을 대거 처분했기 때문"이라며 "한때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중 40%를 차지했던 유로화 자산 비중은 현재 2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블룸버그 통신은 4일 "중국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에 대비한 계획 수립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 안정과 내수경제 안정 등을 골자로 플랜 B를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영은행인 공상은행(ICBC)·중국은행(BOC)·교통은행은 이미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유럽 은행들과의 거래를 축소하면서 일찌감치 유럽과 선긋기에 나섰다.

지난달 28일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재무장관·영란은행(BOE) 총재 등과 함께 유로존 위기에 따른 비상계획을 논의했다. 재정위기국에서 이민자 유입을 제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도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불법 자금 유입과 이민을 막기 위해 그리스로 통하는 국경을 폐쇄하는 비상 방안을 수립 중이다. 스위스의 중앙은행은 통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자본통제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나름의 플랜 B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맥주로 유명한 하이네켄은 그리스에 있는 현금성 자산을 대부분 처분하고 미국 달러와 영국 파운드를 사들이고 있다.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는 그리스 지점망 축소를 검토 중이다. 세계 최대 주류업체 디아지오와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도 그리스 등 유로존 내 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