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건설·기계 등 경기 민감주, 특히 낙폭 컸다

5월 초부터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Brent)는 각각 21%와 17% 넘게 하락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브렌트유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선을 내주기도 했다.

건설주도 크게 떨어졌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중동 국가들의 원유 수출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해외 수주까지 둔화될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날 대림산업은 10% 가까이 하락했고, GS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도 크게 떨어졌다.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가 부진한 결과를 보이면서 '중국 수혜주'로 분류되는 기계주 역시 부진했다. STX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등은 4~7% 하락했다.

◇경기 민감주 주가 향방은?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날의 '세계경기 둔화 쇼크' 자체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다. 미국의 1분기 경제 지표가 예상치보다 좋게 나오면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세계 경기를 예상했던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꺼지는 과정일 뿐인데 미국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갔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에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 부진으로 4일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1일 이후 처음으로 1800선을 내줬다.

특히 화학·건설·기계 업종 등 경기 민감주의 하락폭이 컸다. 미국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 국가)의 고용 지표가 크게 악화됐다는 소식과 중국의 경제 지표 부진으로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이 다시 부각됐고, 이에 따라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세를 보여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분기까지는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2분기 세계 경제가 바닥을 찍고 나면 각국이 경기 부양책을 시행해 세계 경제가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에 경기 민감주 움츠러들어

이날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은 원자재 가격과 세계 경기 상황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화학·건설·기계 등의 이른바 '경기 민감주'였다. 화학·건설·기계 업종지수는 이날 3~6% 떨어졌다.

특히 국제 유가가 오르면 수익이 늘어나는 정유·화학 업종의 하락폭이 컸다. 국제 유가가 5월부터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화학주인 SK이노베이션과 GS는 5월 초부터 각각 20.6%와 13.1% 하락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인 -10.0%를 밑돌았다. 에쓰오일 역시 11.0% 하락했다. 이날 금호석유, 호남석유도 각각 7% 넘게 내렸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3분기 이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정 위기가 더 심화되고, 미국 2분기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면 각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꺼내들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정권 교체 이후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선진국 경기둔화가 신흥국으로 이어지고 있고, 신흥국도 경기 부양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업종별로는 견해가 갈린다.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업종의 경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향후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많지만, 화학·기계 업종은 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종에 비해 부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설령 부양책을 사용한다고 해도 최근 사용하는 재정, 통화정책 강도가 과거보다 약하기 때문에 한국기업들의 이익 증가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기대감으로 경기 민감주의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