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이 세운 회사 성과 부풀리려했다"

서울대는 4일 "줄기세포 논문 조작 의혹이 제기된 수의대 강수경(여·47)·강경선(49) 교수가 공동 저자로 발표한 모든 논문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의 사진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두 교수가 같은 줄기세포 관련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들어, "기업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논문 데이터에 손을 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수경·강경선 교수는 "일부 실수가 있긴 하지만 논문을 조작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대 "조작의혹 논문 모두 조사하겠다"

미국립보건원(NIH)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두 교수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25편의 논문을 함께 썼다. 이준식 서울대 연구처장은 이날 "해당 교수의 연구노트와 원실험데이터 등을 조기에 확보했다"며 "5일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예비조사 결과를 심의하고 본 조사의 세부사항을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논란은 지난달 초 익명의 제보자가 "강수경 교수가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14편의 논문에서 사진 조작이 의심된다"고 국제 학술지들에 제보하면서 시작했다.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게시판에는 두 교수가 함께 쓴 다른 논문 한 편도 사진이 짜깁기 됐다는 의혹이 올라왔다.

강수경 교수는 2년 전에도 사진 조작 의혹을 받고 논문을 철회한 적이 있다. 서울대 공대 한 교수는 "당시 학교 측에서 구두 경고로 그쳐 안이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며 "학자의 양심에 달린 것이지만 학교 측의 감시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논란 교수들, 같은 회사에서 대표와 연구소장 지내

두 교수는 같은 벤처기업에서 일했다. 강경선 교수는 2010년 줄기세포 바이오벤처기업 '강스템홀딩스'를 세웠다. 강수경 교수는 이 회사의 연구소장으로 일했다. 강스템홀딩스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벤처캐피탈과 개인에게서 7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강경선 교수는 2000년 11월 서울대 수의대 동기인 라정찬 회장과 알앤엘바이오를 설립, 지방이나 탯줄에 있는 성체줄기세포를 상용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강 교수는 이 회사에서 연구용역을 잇달아 수주했으며, 2대 주주 자리에까지 올랐다.

강 교수는 2008년 9월 사외이사에서 사임하면서 알앤엘바이오와 관계를 끊고 자신의 회사 설립을 준비했다. 강수경 교수가 부산대 의대에서 서울대 수의대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때쯤이었다. 서울 사립대 의대의 모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에서 강수경 교수가 두각을 나타내자 강경선 교수가 기술 상용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영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작 의혹이 제기된 15편의 논문 중 6편이 2008년 이후 두 교수가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이었다. 서울대 의대의 한 교수는 "지금까지 제기된 조작 의혹을 보면 정해진 목표대로 논문을 끼워 맞췄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참여한 줄기세포 기업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논문을 이용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황우석 비판하다 같은 처지에

논문조작 의혹에 대해 강수경 교수는 "일부 오류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논문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경선 교수도 "데이터가 잘못됐지만 가벼운 실수일 뿐 조작은 아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황우석 파동 때 그렇게 열심히 비판하더니 결국 비슷한 길을 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강경선 교수는 2005년 황우석 파동 당시 소장파 교수로 논문 조작 규명 촉구에 앞장섰다.

서울대 수의대의 한 교수는 "황우석 교수의 '오른팔'로 불리던 강성근 교수가 논문 조작 사건에 연루돼 학교를 나가고 강수경 교수가 그 후임으로 왔는데, 그도 다시 논문 조작 의혹에 휘말려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