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국을 찾은 미국인, 그들이 사랑한 한국 미술

연세대 설립자인 호러스 언더우드(한국명 원두우)와 명성황후 어의였던 릴리어스 언더우드 부부가 궁중에서 선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청자연꽃무늬주전자(브루클린박물관 소장·왼쪽 사진), 세브란스 병원을 세운 세브란스 집안이 기증한 청자앵무정병(클리블랜드 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이 5일 개막하는 '미국, 한국 미술을 만나다' 특별전은 근대 이후 한국과 인연을 맺은 미국인의 사연이 담긴 유물이 많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보스턴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호놀룰루 미술관 등 미국의 대표적 박물관 9곳에서 추려온 한국 미술품 86점 가운데는 선교사로, 또는 기부자로, 또는 해방 이후 주한 미국대사관과 주한 미군에 근무하면서 수집한 한국 미술품들이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게 6·25 전후 주한 미국대사관에 근무했던 그레고리 헨더슨(1922~1988)이 수집해 1963년 미국에 가져간 컬렉션이다. 헨더슨 사후, 하버드대 아서 섀클턴 박물관에 기증(일부 매각)된 150여점 가운데, 5~6세기 가야의 '바퀴달린 잔<오른쪽 사진>'·원통모양 그릇받침 토기, 7세기 초 신라 토기 인화(印花) 무늬 병, 고려도기 표주박 모양 병 등 6점이 50년 만에 고국땅을 밟는다. 헨더슨 컬렉션에는 당초 국보급 고려청자와 회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작년 5월 아서 섀클턴 박물관의 헨더슨 컬렉션을 조사한 구일회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은 "전시에 내놓을 만큼 뛰어난 자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 병원 설립 후원자 루이스 세브란스의 아들 존 세브란스(1863~1936)가 기증·구입한 청자앵무정병과 조선백자 각 1점도 왔다. 존 세브란스는 1918년, 아버지 때부터 모은 한국 도자기와 금속공예품 200여점을 기증, 클리블랜드 미술관 한국실의 기반을 닦았다.

특별전을 통해 지난 100년간 미국 박물관이 한국 미술품을 어떻게 소장해왔는지도 볼 수 있다. 보스턴 미술관이 1892년 동물학자이자 수집가인 에드워드 모스에게서 사들인 청자꽃·새무늬매병은 미국 미술관이 한국 유물을 사들이기 시작한 효시로 꼽힌다. 1927년 하와이 호놀룰루 미술관을 설립한 앤 라이스 쿡의 기증품 청자모란당초무늬병은 개관 때부터 전시된 작품이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청자연꽃·새무늬 매병과 목조동자상은 금융회사 JP 모간 설립자 존 모간(1837~1913)의 애장품이다. 전시는 8월 5일까지. (02)2077-9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