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요리 전공자도 '마다가스카' 만들지요

"슈렉·쿵푸팬더·마다가스카 등은 만화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션 전공자만의 작품이 아니에요. 수학, 사진, 설치미술에 심지어 요리를 전공한 사람들까지 참여하죠."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는 1996년 문을 연 뒤 슈렉과 쿵푸팬더 시리즈를 흥행시켰다. 이곳에선 송정진(42)·김정현(33)씨 등 한국인 애니메이터들도 일하고 있다. 6일 개봉하는 '마다가스카3'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을 최근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났다. 500여명의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마다가스카3'에서 김씨는 컴퓨터 기술로 군중을 만들어내는 일을 맡았고, 송씨는 빛과 그림자를 사용해 입체적 화면을 만드는 일을 담당했다.

이들은 "드림웍스의 작품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 완성된다"고 했다. 실제로 송씨는 상명대에서 조각을 공부했고, 김씨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등 애니메이션과는 동떨어진 공부를 했다. 두 사람 모두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가 컴퓨터 그래픽(CG)을 공부했다. 송씨는 2001년에, 김씨는 2006년에 각각 드림웍스에 입사했다. 송씨는 "드림웍스에선 회사 안내데스크나 사내 우편물 배달을 담당하다가 애니메이션 팀에 합류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전공보다는 다양한 경험이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더 필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도 "CG에선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은 물론 빛이 반사되고 번지는 것도 다 수학으로 계산한다"며 "공대 출신으로 수학에 강점을 가진 게 애니메이션 제작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마다가스카3 작업 과정에서의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묻자 송정진씨는 "영화 후반 작업을 할 때 거의 매일 오후 3시쯤 부서 전체가 모여 총싸움을 했다"고 소개했다. "본업과 관계없는 엉뚱한 일로 뇌를 자극함으로써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은 "마다가스카3를 만드는 데 한국의 CG 기술이 사용됐다"고도 했다. 김정현씨는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옷이 구겨지는 부분은 한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도입해 표현했다"며 "한국의 CG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고 했다.

'마다가스카3'는 뉴욕 동물원을 탈출해 아프리카로 갔던 동물들이 뉴욕 복귀를 위해 서커스단에 들어간다는 내용. 전작의 주연이었던 사자·기린·하마·얼룩말 캐릭터 외에도 호랑이·곰 같은 새로운 캐릭터들이 가세했고, 시리즈 최초로 3D로 제작됐다. 김정현씨는 "마다가스카 시리즈는 예상하지 못했던 곳을 여행하며 삶을 조금씩 배워간다는 이야기"라면서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우리가 지금 드림웍스에서 마다가스카를 만들고 있는 스토리와 비슷하지 않으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