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의 버팀목' 가치株 펀드로 돈 몰려

5월 들어 증시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증시가 부진할 때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면 향후 증시가 반등했을 때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하락장 속에서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거둘 가능성이 큰 가치주(株) 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치주란 기업의 실적이나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을 말한다. 5월 들어 가치주 펀드의 자금 유입 규모는 연초보다 커지고 있고, 수익률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보다 양호하다.

◇투자자 관심 커지며 돈 들어오는 가치주 펀드

연초 가치주 펀드에서 빠져나갔던 자금이 최근 들어 다시 들어오고 있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초 가치주 펀드 대부분에선 자금이 빠져나갔다.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운용)'은 지난 1월 577억원이 유출됐고, 2월에는 유출 규모가 커져 744억원이 나갔다. 하지만 3월 62억원이 유입된 후 4월에는 706억원, 5월에는 902억원이 들어왔다. '동부진주찾기증권투자신탁 1[주식]'도 지난 3월까지 자금이 유출됐지만 4월부터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해 유입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삼성중소형FOCUS증권투자신탁 1[주식]'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A 1(주식)'은 지난 4월까지 자금이 유출되다가 5월 들어 처음 순유입됐다. '프랭클린템플턴골드적립식증권투자신탁[주식] 1'과 '칸서스하베스트멀티증권투자신탁 1(주식)'도 마찬가지.

전문가들은 증시 변화가 심한 시기에는 하락장에서 크게 하락하지 않는 가치주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치주 펀드에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수익률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보다 선전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앞질렀다. 가치주 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4일 기준)은 -6.4%를 기록해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8.1%를 웃돌았다. 가치주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이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밑돈 것을 감안하면 최근 한 달 동안 수익률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최근 가치주 펀드 수익률이 선전한 이유는 가치주의 특성 때문이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 종목들을 담고 있는 펀드는 코스피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가치주는 하락장 속에서 방어주 성격이 부각되고, 대형주보다 코스피지수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크지 않다. 가령 코스닥시장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60% 이상 담고 있는 'LS KOSDAQ Value증권투자신탁 1[주식]A'는 5월 들어 수익률 -1.3%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0.0% 하락했다.

한편 가치주 펀드 중에서도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담은 가치주 펀드 수익률은 중·소형주만 담은 펀드 수익률보다 부진했다. '한국투자셀렉트가치증권투자신탁 1(주식)(C 5)'은 삼성전자의 비중이 큰데 5월 들어 수익률은 -8.3%를 기록했다.

◇상승장에선 수익률 둔화될 수도

전문가들은 증시가 불안한 상황일 땐 가치주 펀드가 빛을 발할 수 있지만, 상승장에선 수익률이 둔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치주는 상승장에서 대형주보다 상승 기세가 덜하기 때문이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가치주 펀드는 전체 투자금의 20~30% 정도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과장은 "가치주 펀드는 펀드 규모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수익률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가치주 펀드 투자목적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종목에 무게를 두자는 것이기 때문에 증시의 유행에 따라 펀드가 운용되면 다른 대형주 펀드와 차별화될 수 없다"며 "펀드 매니저의 투자 철학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