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월세살이를 끝내고 사옥을 마련했더니 이제는 주가가 문제다.
골프존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의 토지 및 건물을 735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산 총액의 20%에 달하는 거액. 주가는 곧바로 하락했다. 1일과 4일 3.17%, 6.72% 떨어진 데 이어 5일에도 0.37% 내렸다.
지난 3월 16일 자산의 절반인 283억원을 들여 토지 및 건물을 매입한 플랜티넷의 주가도 건물 매입 직후 상승하는 듯싶더니 20일부터 29일까지 단 하루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사옥을 매입한 게임빌 주가는 6일간(하루는 보합) 하락했고, 올 초 서울 서초동에 사옥을 산 푸른기술 주가는 사흘 동안 내렸다.
EG는 지난 2월 논현동에 215억원 규모의 토지 및 건물을 매입했다. 취득 목적에 대해선 "비전 2020을 달성하기 위해 효과적인 업무 환경을 확보하려고 신사옥을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알아주지 않았다. 주가는 당일 4.79% 내렸고, 다음 날도 6.64% 떨어졌다.
사옥 매입이 약세로 이어지는 이유는 허튼 곳에 돈을 쓴다는 부정적 인식 탓이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유 현금을 비핵심 사업에 사용했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분당에 사옥을 매입한 네오위즈에 대해 "부동산 매입으로 재무 구조가 순부채(-500억원) 상태가 됐다. 이는 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의욕적으로 사옥을 샀다가 곧바로 회사가 흔들린 사례도 있다. 전기차 업체 씨티앤티는 2010년 9월 95억원을 들여 서울 반포동에 지상 6층, 지하 3층 건물을 구입했다. 하지만 씨티앤티는 자금난으로 7개월 뒤 사옥을 되팔았고, 이후 퇴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