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낄 병장 차렷 이병, 아 그리워

여자들은 심드렁한데, 남자 관객들만 유독 말이 많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17일까지 열리고 있는 오형근(49) 사진전 '중간인(中間人)'. 부제는 '군인의 초상, 그들의 불안을 기록하다'. 전국 군부대에서 찍은 군인 사진 37점이 걸렸다.

컬러작품 '웃고 있는 병장과 차렷한 이병'(2010)은 "군복무 경험이 있는 남자 관객은 백이면 백 자지러지는"는 작품이다. 세일러복에 흰 모자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무표정하게 차렷 자세를 취한 해군 이병과 그 옆에서 두 손을 모아쥐고 낄낄 웃는 병장의 모습이다.

"어떤 상황인지 딱 보면 알거든요. '편하게 있으라'고 아무리 말해도 입대한지 한 달밖에 안 되는 이병은 긴장할 수밖에 없지요. 반대로 '저 병장 (군기) 빠진 것 좀 봐라' 하면서 킬킬대는 거죠." 한 군견(軍犬) 부대에서 담당견을 벚나무에 묶어놓고 긴장한 자세를 취한 군인을 찍은 '벚꽃나무와 군인, 그리고 군견 북두'(2010) 등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 '군견이 군기 빠지면 개 대신 담당 병사가 군기교육대 간다'는 군대 농담을 아는 관람객에겐 재미있는 풍경. 그러나 이 같은 우리 군대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초현실주의적인 장면일 수도 있다.

오형근의 관심사는 오랫동안 여성이었다. '아줌마'(1997~1999), '소녀연기'(2003~2004), '화장 소녀'(2007) 등이다. 그가 12년간의 '여성 촬영'을 접고 군인을 찍기 시작한 것은 2009년. 2010년 '6·25 60주년' 전시를 위해 국방부의 요청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고, 찍다 보니 재미가 붙어 2년 반 동안 꼬박 군인 사진을 찍었다. 오형근의 관심사는 '중간적 위치에 처한 자'. 직업 군인과 민간인 사이의 어정쩡한 위치에 놓인 군 복무 장병들의 '미열'같은 불안감에 초점을 맞췄다. 관람료 성인 3000원, 학생 1500원. 9월 22일~11월 20일엔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으로 옮겨 계속된다. (02)733-8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