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2085년, 인류 조물주의 자비는 없었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리들리 스콧 감독(75)이 '블레이드 러너' 이후 30년 만에 내놓은 SF영화 '프로메테우스'(6일 개봉)는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이들은 이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구할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떠안게 된다.

'프로메테우스'란 제목은 영화에서 인간들이 탄 우주선의 이름이자 영화의 줄거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2085년 인간이 외계인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생명체라는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해 탐사대가 꾸려진다. '프로메테우스호'를 타고 외계 행성에 도착한 이들은 인간과 닮은 외계인 '엔지니어'가 인류의 기원임을 밝혀내지만, 그에게 '조물주'의 자비는 없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문명)과 함께 고통을 가져다준 것처럼 '프로메테우스호'는 인류 역사 시작과 멸망의 장을 같이 여는 것이다.

영화의 시각적 효과는 압도적이다. 광활한 대지와 폭포가 등장하는 도입부와 우주 공간, 그리고 외계 행성 등은 생생하고 장엄하다. 이 장면들 때문이라도 이 영화는 아이맥스(IMAX) 3D로 볼 가치가 충분하다. 영화의 세부 디자인은 'H.R 기거(초현실주의 아티스트이자 영화 '에이리언'의 디자이너) 박물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그의 손길이 곳곳에 스며있다. '프로메테우스호'가 가져다줄 디스토피아를 그리기에 딱 알맞을 정도로 그로테스크하고 어둡다.

그러나 영화의 시각적 스펙터클만으로 스콧 감독이 던진 무거운 주제를 이끌어가기는 버거워 보인다. 스콧 감독은 인간의 기원이 된 외계인과 인간이 만든 휴머노이드(인간의 모습을 갖춘 로봇)를 내세워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나리오는 30여년 전 감독이 만든 '에이리언'의 재탕처럼 보일 정도로 평면적인 데다 모호하다. 신앙심 깊은 과학자 쇼(누미 라파스)는 시고니 위버가 연기했던 여전사 '리플리'를 닮았지만 리플리를 따라잡기엔 캐릭터 자체의 설득력도, 매력도 한참 부족하다. 영화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건 마이클 파스벤더가 연기한 휴머노이드 '데이비드'다. 야비하고도 영리한 이 캐릭터가 영화에 위트와 생기를 불어넣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우주 대서사시의 시작이 될지, '과거의 영광'과 눈요기로 관객을 유혹하려는 블록버스터로 끝나게 될지는 언제나올지 모르는 속편을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스콧 감독이 만든 아름다울 정도로 괴이한 우주를 한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듯싶다.

이것이 포인트!

#장면 엘리자베스 쇼(누미 라파스)가 수술 기계를 이용해 자신의 몸속에 있는 외계 생명체를 제거하는 장면.

#대사 “당신의 조물주가 당신에게 그렇게 말한다면 기분이 어떻겠어요?”(과학자 찰리 할러웨이가 휴머노이드 데이비드에게 ‘우린 널 만들 수 있으니까 그냥 만든 것뿐이다’라고 하자 데이비드가 되받아치는 말)

#이런 분 보세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낚시질’에 코가 꿰여도 ‘눈이 호강하면 다 괜찮다’는 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