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위크엔드] 성곽 따라 역사 더듬고… 숲속에서 향기를 느낀다

벌써 여름이 온 듯 햇살이 제법 따갑다. 앞으로 석 달 남짓 더운 여름을 견뎌내야만 한다. 지레 겁먹지 말고 바깥으로 나가 초록이 한창인 산천을 즐겨보자. 경기관광공사가 6월을 맞아 '쉽게 가고, 쉽게 걷는 경기도 길'을 추천했다. 숲길·산길·물길이 두루 포함돼 있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골라잡을 수 있다. 도시 주변에 잠깐 걸으면 되는 산책로도 있고,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탐방 코스는 가족 나들이길로도 제격이다. 삼림욕을 즐기며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거나, 시원한 물줄기와 더불어 땀을 식힐 수도 있다.

◇성곽 따라 걷는 수원 화성

18세기에 쌓은 성곽과 도심 주민들의 생활이 스며들어 있는 수원 화성은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사적이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됐고 다양한 기능과 모습을 가진 전통건축을 만날 수 있다. 구비구비 성곽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고 시대를 거슬러 역사탐방도 할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수원 성곽은 둘레가 5㎞ 남짓으로 성의 안과 밖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연무대에서 시작해 방화수류정~화홍문~용연~장안문(북문)~화서문(서문)에 이르는 코스를 많이 찾는다. 반대쪽 창룡문(동문)에서 팔달문(남문)으로 가는 코스도 괜찮다.

◇산속의 갤러리 안양예술공원

과거 안양유원지로 알려졌던 곳이나 지금은 예술공간으로 변신해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삼성천과 삼성산 등산로 주변에 설치돼 있다. 특히 자연과 사람의 소통을 시도한 새로운 개념의 공공예술을 두루 만날 수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해 2년마다 전시가 기획돼 색다른 작품을 보강하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곳곳에 숨어있는 작품을 보고 즐길 수 있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1동 241 일대.

◇치유의 숲 양평 산음휴양림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자연 그대로를 자랑하는 휴양림이다. 천사봉, 봉미산, 싸리재의 산그늘에 있다고 해서 산음(山陰) 휴양림이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에도 숲은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향으로 가득 찬다. 휴양림 계곡을 따라 낙엽송·전나무·잣나무·참나무·층층나무·물푸레나무·자작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어울려 원시림의 생태계를 이룬다.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관찰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남한강 따라 여주 여강길

여강은 여주 일대의 남한강을 일컫는다. 여주는 강 주변 기름진 땅에 자리 잡아 예로부터 풍족한 삶을 자랑했다. 옛날에는 강원도, 충청도에서 서울로 가는 수로 교통의 요지로 6개의 나루터가 번성했던 곳이다. 강을 따라 즐비한 유적과 옛이야기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옛 나루터길(15.4㎞, 5~6시간), 세물머리길(17.4㎞, 6~7시간), 바위늪구비길(22.2㎞, 7~8시간) 등 3개 코스가 개발돼 있다. www.rivertrail.net

◇오산 독산성 삼림욕장

삼림욕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숲의 기운으로 회복시켜 준다. 독산성 삼림욕장은 입장료나 주차료가 없다. 진입로가 좁고 주차공간이 적은 불편만 빼면 휴식장소로 그만이다. 산책로를 따라 의자와 각종 모험시설이 있고, 야외에 탁자도 많아 도시락을 갖고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적한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오산시 양산동 산 19-60 일원.

◇용인 호암미술관 정원

용인 에버랜드 인근 호암미술관에서는 전통 정원의 멋을 자랑하는 '희원'을 만날 수 있다. 전통 정원 조형미의 근원인 차경(借景)의 원리를 바탕으로 옛 지형을 복원하고 석단, 정자, 연못, 담장 등을 살렸다. 신라시대의 석탑을 비롯해 불상, 벅수, 물확 등 석조물을 전시하고 우리나라의 다양한 자생화초를 정원 곳곳에 심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월요일은 쉰다.

◇한강 조망 운길산 수종사

운길산 중턱 수종사의 은행나무 고목 아래에 서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일대와 팔당호를 두루 조망할 수 있다. 조선시대 명문장가 서거정(徐居正)은 "동방의 사찰 가운데 제일의 전망"이라고 찬양했다. 인근 조안면 능내리 마현마을에 살았던 다산 정약용(丁若鏞)이 즐겨 방문했다고 한다. 수종사 안에 있는 누각인 삼정헌(三鼎軒)에서는 손님들에게 차도 대접한다.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1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