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손병희·최남선·박경리·김수영… 그들의 흔적, 생생히 보존키로

서울시가 남산 옛 중앙정보부 건물, 구로구 구로공단, 종로6가 김수영 가옥 등 근현대사 흔적을 담은 유·무형 유산 1000곳을 보존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역사적 인물의 생가나 묘지, 개화기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외국인 관련 유물, 산업화의 상징인 공업 지역 등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고 역사적 가치를 지닌 다양한 공간이 도심 개발 과정에서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 인식을 받아들인 것이다.

강북구 우이동 최남선 생가 '소원(素園)'이나 종로구 부암동 현진건 생가는 지난 2003년 철거되면서 집터를 알리는 표석만 남아 있으며, 2005년에는 을지로에 있던 국내 최초 증권거래소 '대한증권거래소'가 헐린 바 있다.

시는 그동안 1900년대 이후 근현대사 유산 중 지정문화재나 등록문화재에 포함되지 않아 보호받지 못했던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유산을 역사문화·건국·민주화·산업화·문화예술 등 5가지 분야로 나눈 뒤 연구용역을 통해 보존 가치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5억5000만원 예산을 투입하고, 100여개소를 뽑아 2014년까지 매입·운영·보수비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강북구 수유동 이준·손병희 묘역, 종로의 김구·이승만 사저, 옛 중앙정보부 건물, 구로공단, 성북구 정릉동 박경리 가옥, 김수영 가옥, 종로구 명륜동 마해송 가옥, 도봉구 방학동 전형필 가옥 등이 연구 대상이다. 이를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시민위원장이 함께 위원장을 맡는 '미래유산보존위원회'를 만든다.

시는 건축물·사진·문헌 등 근현대 유물뿐 아니라 백사마을·장수마을·구룡마을 등 근현대사 생활공간도 보존하겠다고 덧붙였다. 재개발 계획과 부딪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박 시장은 "지금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도 그 지역에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 있다고 파악되면 재개발 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다"며 "일부 재건축아파트 지역을 방문했을 때 조합 대표가 먼저 나서서 '재개발 후에도 현재와 같은 저층 아파트를 한 동 정도는 남기면 어떻겠냐'고 물을 만큼 문화재에 대한 시민의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4년 서울시립대에서 '근대문화 유산 목록화 및 보존 활용방안 연구'를 시행한 적이 있으나, 목록화에 그쳤고 보존 방안이나 관리대책이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