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長壽)대국' 일본이 110세 이상 초(超)장수자들의 혈액을 이용해, 장수의 비밀을 파헤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일본 게이오(慶應)대학 노년(老年)내과 연구팀은 그동안 확보한 100세 이상 일본인 700명의 혈액 가운데 110세 이상 초장수자 50명의 혈액을 선정, 게놈 해석작업에 착수했다고 10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전했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한 생물체가 지닌 모든 유전정보의 집합체를 뜻한다.
게이오대 연구팀은 "100세 이상 초장수자는 조기 사망에 크게 영향을 주는 당뇨병과 혈관의 동맥경화, 암 등에 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의 유전자를 연구하면 질병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초장수자 게놈에 대한 대규모 분석 작업은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된다.
일본정부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일본의 100세 이상 장수자는 4만7756명이었다. 110세 이상 초장수자는 7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그동안 100세 이상 장수자를 대상으로 장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의 배열 구조를 분석했으나 일반인들의 유전자와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유전자 배열을 포함한 유전자 정보를 모두 분석할 수 있는 게놈연구를 통해 초장수자의 유전자 특성을 분석하기로 한 것이다. 인간의 수명에는 생활환경이나 개인의 건강관리 노력 여부 외에 타고난 유전적 요인이 20~30% 정도 관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또 초장수자의 혈액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성인의 몸에서 추출한 세포에 전기 자극과 특수 단백질 등을 투여하여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줄기세포다. 그리하여 어떠한 세포로도 자랄 수 있는 태생기 단계로 유도된 줄기세포이다. 연구팀은 초장수자의 세포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로, 혈액과 심장근육 등의 세포를 만들어 그것을 일반인의 세포와 비교하여 장수의 비결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한편 도쿄대 의과학연구소는 유도만능줄기 세포로부터 암과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계 T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T세포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또는 비정상 세포 활동으로 생긴 암세포를 잡아먹는 면역 기능의 주력군이다. 의학연구소는 "T세포를 효율적으로 만들면 암과 에이즈 면역 치료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동물실험을 통해 T세포의 치료 효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게놈(Genome)해석
게놈은 어떤 생물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유전 정보 전체, 생물의 형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에서 자손까지 유전되는 정보 전체를 말한다. 게놈 해석을 통해 당뇨병, 암 등을 발생시키는 유전자를 밝혀내 질병치료와 예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