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마음들 끌어안아 주고 싶었어요"

시작은 50만원이었다. 지인(知人)에게 사정해 그 돈으로 쇼케이스(맛보기 공연) 녹음을 했다. 그 공연이 소문을 타면서 지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0년 창작팩토리 지원작, 2011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지원작, 지방문예회관 개발지원작 등에 뽑히면서 1억2000만원을 간신히 모았다. 다른 뮤지컬에 비하면 턱없이 '싸게' 만든 이 작품, '식구를 찾아서'(24일까지, 충무아트홀, 02-2278-5741)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창작뮤지컬 중 하나로 뽑혔다. 작지만 강한 작품의 저력을 보여준 '식구를…'을 쓰고 연출한 오미영(38)씨는 "소외되고 외로운 마음을 확 끌어안아 주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며 "지원금(2억원)은 향후 대학로 진출의 종자돈으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식구를 찾아서'는 '대담한' 뮤지컬이다. 여성 관객이 다수인 뮤지컬 시장에서 할머니 둘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밀고당기는 연애담도 없고 몸 좋은 훈남도 안 나온다. 조연은 닭·개·고양이다. 흥행이 안 될 게 뻔해 보이는 '할머니 뮤지컬'을 만들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세상이 말하는 '보통 가족'에 들지 않더라도, 같이 밥해 먹고 복닥거리며 살다 보면 식구가 될 수 있고, 외롭지 않을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한 오씨는 달동네 사람들의 시린 가슴을 어루만지는 뮤지컬 '빨래'(희정 엄마 역)에 출연하기도 했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작품으로 관객을 위로하고 위로받는 과정이 저를 뜨겁게 한다"고 했다. 공연 후 극장 로비에서 처음 만난 관객들과 끌어안고 운 적도 있다. 오씨는 '식구를'에서 두 할머니가 서로 화장해주는 장면을 가장 아낀다. "주름과 검버섯 아래에 여전히 아름다운 '너'가 있다고 모든 여성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그는 "여자 이야기를 쓰면서 늙어가고 싶다"며 "청순가련한 젊은 여자만 나오는 게 아니라, 실력 있는 여배우가 빛날 수 있는 작품을 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