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는 어떤 책
60여종이 넘는 '장자' 번역본 중에서 인문학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판본은 안동림 역주 '장자'(현암사)로 꼽힌다. 국내 최초의 전편 완역(1973년)이자, 풍부한 주석의 참조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평이다. 원문과 주해를 갖춘 모두 갖춘 판본으로, 1074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2005년 교수신문이 '최고의 번역'이란 기획으로 해당 전공 교수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을 때도 1위로 뽑혔다. 반면 "너무 어렵다" "단순 나열형이다"라는 비판도 있다.
'최고의 번역' 설문 당시 2위로 뽑힌 번역이 오강남 풀이의 '장자'다. 역시 현암사 판본이다. 432쪽 분량의 축약형인데, "원래 문학적인 장자의 스타일을 살린 매력적인 번역"이란 지지였다. 반면 "자의적인 해석이 도를 넘었다"라는 비판도 항존한다. '장자'는 동양 고전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문학적인 비유와 사유가 풍부한 텍스트로 꼽힌다. 빗대어 말하기, 권위에 기대어 말하기, 무심하게 말하기로 비유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노자의 '도덕경'이 간략한 어록이나 시, 혹은 산문 형식인 데 반해 장자는 주로 이야기 형식이다. '도덕경'이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라고 시작하는 데 반해 '장자'는 "북쪽 깊은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살았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 하였다"고 운을 뗀다. 우주와 인생의 깊은 뜻을 농담하듯 알려주는 책. 도덕과 윤리에 대한 설파가 아니라, 그 윤리와 상식을 껄껄거리고 웃으며 제쳐버리는 고전이다. 변화와 초월이 '장자' 전체의 주제이며 가르침의 궁극 목표라고 일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