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 도심에 자연과 역사를… 수원천이 살아났다

"옛날에는 더러운 개천이었는데 많이 좋아졌네."

지난 6일 수원시 도심에 자리잡은 재래시장인 지동시장 인근 도로. 수원 토박이라는 김윤수(67)씨가 복원된 남수문(南水門)을 보고 말했다. 수원천을 가로지르는 남수문에서는 개방을 앞두고 난간 설치와 청소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천변에는 갈대가 무성하고, 월척이 넘는 잉어도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광교산에서 발원해 '물의 도시' 수원(水原)의 젖줄 역할을 하는 수원천이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돌아왔다. 우선 18세기 수원 화성 축조 당시에 건설됐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남수문이 복원됐다. 도심 일대의 복개도로를 걷어내고 생태하천으로 조성한 복원 사업도 완료했다. 수원시는 9일 지동교 광장 일대에서 수원천·남수문 복원 한마당 축제도 열었다.

◇90년 만에 남수문 복원

남수문은 수원 화성을 이루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였다. 이보다 북쪽에 있는 북수문(화홍문)과 짝을 이룬다. 화성 건축과정을 세세히 기록한 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에 따르면 1796년(조선 정조 20년) 완공됐다. 수문의 기능은 물론 교량과 방어용 군사시설로 활용됐다. 그러나 1922년 대홍수로 유실됐고, 1927년에는 화성 팔달문 일대의 도심을 확대하기 위해 남아 있던 홍예문마저 철거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1997년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복원이 추진돼 2004년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2010년 6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화성성역의궤에 따라 원형을 살려 복원됐다. 길이 29.4m, 너비 5.9m, 전체 높이 9.3m이다. 아래쪽은 9칸 홍예문(무지개다리)을 연결한 형태이고 위쪽은 전돌을 이용해 쌓았다.

다만 홍수에 대비해 구조를 일부 바꿨다. 평상시에는 위쪽의 홍예문을 통해 물이 흐르지만, 홍예문 아래에 가로 1.8m, 세로 1.4m 크기로 박스 형태의 수문 7개가 설치됐다. 큰비가 내리면 이곳이 열리면서 물을 내려보내게 된다. 18m 길이의 어도(魚道)도 설치해 물고기들이 수원천을 따라 오르내릴 수 있도록 했다.

◇수원천 복원도 완료

남수문 바로 아래쪽 수원천 지동교~매교 구간은 과거에 복개돼 도로와 주차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도시화·산업화로 인해 오염되자 여느 도시처럼 복개사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1994년에는 지동교~매교 구간의 공사가 끝났다. 상류쪽 지동교~매향교 480m 구간도 복개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도심하천 복원과 문화재 보존 주장이 거세게 제기됐다. 결국 1996년에는 복개공사 철회 선언이 나왔고 생태하천 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수원시는 지난 2009년 7월부터 600억원을 들여 이 일대 길이 780m, 너비 30~40m 구간의 콘크리트 덮개를 걷어내는 공사를 벌였다. 대신에 교량 9개가 설치되고, 덮여 있던 수원천은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살린 생태하천으로 조성했다. 산책로도 만들어지면서 복개 구간에서 막혔던 광교저수지~세류동 경부철교 구간 5.8㎞의 수원천변 보행로가 모두 이어졌다.

환경운동단체에 몸담아 수원천 복원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던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천이 생태복원을 위한 자연형 하천으로 다시 태어나고, 남수문과 연계해 역사문화재 복원도 이루어졌다"며 "앞으로 인근 전통시장 방문객이 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