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을 약초 향기가 나는 도시로"

안산시의 상록구 보건소, 본오동 만남의 광장, 고잔 배수지, 와 스타디움, 사동 해양체육시설 등 10여 곳에서는 여느 공공기관과는 다른 꽃밭을 만날 수 있다. 주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약초와 약재나무가 두루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상록구 보건소 앞 화단만 하더라도 헛개나무·벌나무 등 70종의 약재나무와 더덕·도라지·삼지구엽초·인동초·만병초 등 60종의 다양한 약초가 자라고 있다. 모두 안산시 김오천(50·사진) 체육시설계장이 10년 넘게 정성스레 가꿔 온 약초동산이다.

김씨는 동료 직원들이 '곰배령'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정도로 약초 박사이다. 지난 1989년 안산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10년 넘게 근무하는 곳마다 부지런히 약초동산을 만들고 가꾸고 있다. 2000년쯤 본오3동 사무장으로 근무하면서 공터에 약초와 야생화를 심은 것이 시작이었다. 보건소나 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면서도 빈 땅이 보이면 씨를 뿌리고 가꾸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김씨의 고향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아버지가 약초꾼이었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약초가 친숙했고 한때 한의사를 꿈꾸기도 했다. 충북 청주에서 보낸 대학 시절에는 부친이 한의사인 친구와 함께 속리산 구석구석을 두루 누비고 다녔다. 약초를 캐려고 산속에서 밤을 지새우다 뱀에 물리고, 송이버섯을 따려다 굴러떨어지는 수난도 여러 차례 겪었다.

김씨는 지금은 1000여종의 약초와 500여종의 독초를 구별하는 안목을 갖춘 전문가가 됐다. 현재 그가 안산시 곳곳에 심은 약초는 모두 180종이나 된다. 김씨는 "아무래도 약초는 토질이나 기후가 맞아야 하는데 안산지역은 염분이 많아 어려움이 있다"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품종을 늘려갔다"고 했다. 안산에서는 함초, 하수오, 비수리, 둥글레 등의 약초와 구지뽕나무, 구기자, 산수유, 헛개나무, 가시오가피 등이 잘 자란다고 한다.

요즘도 김씨는 한 달에 두 번은 약초 탐방에 나선다. 고향인 횡성에서는 야산에 산양산삼·잔대·도라지·하수오 등 각종 약초도 재배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약차(藥茶)를 끓여 봉사활동을 벌이고, 무료 강의에도 나서고 있다. 올가을부터는 수확한 씨앗을 시민들에게 배포해 베란다, 옥상, 텃밭에서 재배하도록 만들고 학교에도 집중적으로 보급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