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결제·단골엔 에누리… '시장 마니아' 만들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SSM) 의무휴업일이던 지난 10일 오후 4시쯤 서울 관악구 신사동 신사시장에 주민 임상배(42)씨와 부인 김은경(40)씨가 장바구니를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단골가게인 풍년 쌀·과일·수퍼 앞에서 멈춰 지름 50㎝가 넘는 수박을 요리조리 만졌다. 값을 묻자 정재권(60) 사장은 살짝 웃으며 "1만5000원"을 불렀다. 가격표에 적힌 숫자는 2만원. 단골 에누리였다. 그러자 부인 김씨가 주저 없이 신용카드를 내밀었고, 정 시장은 카드 단말기로 결제한 뒤 수박에 바나나를 한 움큼 얹어줬다. 김씨는 "6년 전 일산에서 이사 온 뒤 우리 부부는 시장만 찾아요"라고 말했다.

원래 이들은 장을 보러 나가면 대형마트나 SSM만 찾곤 했다. 그런데 신사동으로 이사 온 뒤 이웃 주민에게 신사시장 얘길 듣고 한 번 찾은 다음부터는 '시장 마니아'로 변했다. 물건값은 대형마트 3분의 2 수준인 데다, 신용카드도 다 통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도 없었고, 시끌벅적한 흥정소리를 덤으로 가져가는 재미도 생겼다.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부근에 자리 잡은 신사시장(옛 신림4동시장)은 1990년대 초 주택가 골목길에 점포가 하나 둘 생기면서 100여개까지 늘어 시장으로 형성됐다. 신림동이 서민동네라 비교적 장사가 잘됐지만 2000년대 들어 대형마트와 SSM이 우후죽순 생기며 침체에 빠졌다. 그러자 상인들이 2005년 상인회를 결성하고 시장 현대화 사업에 나섰다. 3년 전부터 '세일데이'를 마련, 매주 하루 최대 50% 할인행사를 벌였다. 2010년에는 카드 결제기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대형마트·SSM 도전에 맞섰다. 90% 이상 점포가 카드 결제기를 설치했다. 보통 전통시장 카드 결제기 설치율은 50% 수준이다.

대형마트·SSM에 대해 둘째·넷째 일요일 영업 제한 조치가 떨어진 4월 말부터 신사시장 매출은 20~30% 뛰었다. 유덕현 상인 회장은 "반사 이익도 있지만 시장 현대화와 브랜드 관리가 더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풍년 쌀·과일·수퍼는 20년 동안 시장 터줏대감으로 머무르며 숱한 단골을 확보했다. 덤을 후하게 주는 마음 씀씀이와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서비스 정신이 강점. (02)868-5203

또 다른 터줏대감 중 하나인 청정농산은 1000~2000원어치도 깔끔하게 포장해주기 때문에 젊은 층이 자주 들른다. (02)855-0269 신림축산은 오후 4~5시쯤 고기 값을 할인해 주는 '타임세일'을 한다. 평소에도 대형마트보다 10~30% 저렴한데 세일 시간 동안에는 더 싸다. (02)855-8947

수제 피자가게인 시장피자에서는 고급 치즈로 구워 유명 피자집에 뒤지지 않는 맛을 지닌 피자 1판이 1만3000원이다. (02)852-3167 깔끔하고 현대적 디자인으로 꾸민 동대찜닭은 고추장 매운 찜닭과 간장 소스로 매콤달콤한 맛을 낸 '쫄인닭'으로 손님을 잡아끈다. (02)839-8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