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접은 신동엽 '색드립(色+애드립·야한 애드립)'으로 예능 대박

'동엽신(神)' '드립신(애드립 신)' '색드립(色+애드립·야한 애드립)의 대가'.

최근 팬들이 개그맨 겸 MC 신동엽(41)에게 새로 붙여준 별칭들이다. 적절한 애드립과 수위를 넘지 않는 야한 농담으로 프로그램을 유쾌하게 만드는 그의 능력에 대한 팬들의 찬사인 셈이다.

신동엽이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4월부터 강호동의 뒤를 이어 SBS 간판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을 이끄는 등 지상파 4개, 케이블 프로그램 1개를 맡으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프로그램 게시판 등에는 "강호동이 없는 상황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재간둥이' 신동엽" "뛰어난 애드립으로 게스트의 사연을 맛깔 나게 살리는 것은 강호동보다 낫다"는 등의 호평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신동엽은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는지가 행복의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제2의 전성기'라고들 한다.

"사업에 실패했던 상처가 지금의 자양분이 된 듯하다. 방송에만 집중하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지금이 너무 감사하다. 그렇지만 제2의 전성기인지는 모르겠다. 난 내 전성기가 언제인지, 내 라이벌이 누구인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강심장도 사실 강호동씨가 이뤄놓은 것이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색깔을 보여줄 자신이 있어 하게 됐다."

―애드립이 뛰어나다. 비법이 있나.

"게스트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머리에 10개가 떠오른다면 그 중 2개 정도만 한다. 녹화장 분위기를 계속 띄우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정말 웃기겠다고 확신이 드는 애드립만 한다."

―방송에서 야한 농담도 잘하더라.

"난 그런 류의 농담을 좋아한다. 사실 야한 농담, 변태 연기 등은 데뷔 때부터 해왔던 거다. 이런 농담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수위를 지키는 것이다.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해 적당한 선까지만 하는 것, 이것이 내가 가진 재능 중 가장 큰 것 같다."

신동엽은 1991년 S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하자마자 별다른 무명시절 없이 유행어 "안녕하시렵니까?"를 히트시키며 주목받았다. 이후 뛰어난 진행솜씨로 '국민 MC' 반열에 올랐지만, '무한도전' '1박2일' 등 2000년 중반부터 등장한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해 한때는 '시대에 뒤처진 예능인'으로 치부됐다. 2005년엔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 등을 영입해 'DY엔터테인먼트'를 차렸으나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다 접어야 했고, 2008년 도전했던 다이어트용 신발 사업 역시 빚만 남긴 채 정리해야 했다.

―2000년대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대세였을 때 슬럼프를 겪었다.

"내가 사실 목이 약해 소리를 지르면 금방 쉰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에너지를 쏟고 출연자와 함께 놀아야 하는데 나한테는 그런 에너지도 없었고, 자신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 사업 등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너무나 힘든 게 많았기 때문에 내가 연예계 주류에서 벗어난다는 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사업은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나.

"지금 보면 내가 방송을 은퇴하고 사업에만 전념했다면 실패를 안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영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었던 것도 문제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잘될 줄 알았다. 그래도 사업한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때의 경험이 평생을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힘을 준 것 같다. 앞으로 사업은 절대 안 할 거다."

―다시 인기를 얻으니 어떤가.

"예전엔 항상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요즘은 방송이 행복한 일인 것을 깨닫고 있다. 팬들이 보내주는 호응이 '넌 곧잘 하는 녀석이니 딴 생각하지 말고 방송에 전념해라'라는 뜻인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방송인으로 남고 싶나.

"시청자들이 리모컨을 돌리다 내 얼굴이 나오면 잠시 멈추고 미소를 띠며 TV를 보게 됐으면 좋겠다. 올해 연예대상도 받으면 좋겠지만, 사실 상 받는 것보다 몇십년간 시상식 MC를 보는 게 더 좋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