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ALK] 관객 유혹하는 중년의 그녀들

"얼굴 안에 차가움도 있고 따뜻함도 있어요. 그 다양한 매력은 이번 영화에서 아들에 대한 사랑, 탐욕, 징벌 등 다양한 장면 속 완숙한 연기로 표현됩니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영화 '후궁: 제왕의 첩'의 김대승(45) 감독은 배우 박지영(44)을 이렇게 평가했다. 박지영은 이 작품에서 권모술수로 아들(김동욱)을 왕위에 앉히고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대비를 연기했다. 드라마 '장녹수(1995)'이후 17년 만에 사극에 출연한 박지영은 강한 탐욕 뒤에 감춰진 깊은 모성애를 표현하며 "서태후(중국 청나라 때 48년간 철권통치를 했던 여인) 같다"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이다" 같은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스크린에선 박지영과 같은 40대 여배우들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김혜수(42)·고현정(41) 등 주연급뿐 아니라, 김성령(45)·김혜선(43) 등 조연급에서도 중년 여배우들의 관록이 빛난다. 이들은 40대 학부모나 주부 같은 종전의 고정된 중년 여성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하나의 '여성'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구분된다. 망가지는 코믹 연기를 보여주는 건 물론, '완벽한 파트너(2011)'에서 데뷔 22년 만에 전라(全裸) 노출 연기를 펼친 김혜선처럼 강도 높은 스킨십도 마다하지 않는다.

21일 개봉하는 '아부의 왕'의 김성령은 이러한 경향에 가장 잘 들어맞는 배우다. 아부계의 전설(성동일)과 아부계의 새싹(송새벽)이 만나 필살의 아부로 인생역전을 꿈꾼다는 영화에서 김성령은 성동일과 맞서는 팜므파탈 로비스트를 연기했다. 그동안 영화 '방자전' '포화속으로(이상 2010)', 드라마 '미남이시네요(2009)' '추적자(2012)' 등에서 코믹과 관능을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도도한 매력과 코믹 연기를 동시에 보여줄 예정이다.

고현정은 '아부의 왕'과 같은 날 개봉하는 '미쓰 GO'에 출연했다. 그로서는 사실상 첫 대중상업영화다. 대인기피증이 있는 한 여성이 우연히 500억원이 걸린 범죄에 연루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고현정은 이번에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드라마 '선덕여왕(2009)' '대물(2010)' 등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미쓰 GO'의 제작진은 "당초 꽃미남 배우를 캐스팅하려던 극 중 '전설의 주먹' 역할에 유해진을 추천하는 등 고현정이 영화 전반을 이끌었다"고 했다.

고현정에 이어 7월에는 김혜수가 '도둑들'을 통해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그는 이 영화에서 김윤석, 이정재와의 삼각 로맨스를 이끄는 금고털이 전문가로 출연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지금까지 10대와 20대 관객에 주로 초점을 맞춰왔던 한국 영화가 이제는 외연(外延)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을 위해 더 많은 기획을 하게 됨에 따라 중년 여배우들도 활발하게 캐스팅하고 있다"고 했다. 전씨는 "주연급 중 김혜수, 고현정 등의 존재감을 대체할 만한 여배우가 아직 충분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