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한국인 첫 서울평화상 수상

반기문(68) 유엔사무총장이 제11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평화상심사위원회(위원장 이철승)는 12일 "국제분쟁 해결, 지속가능한 발전, 인권 개선 등에서 탁월한 업적을 세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평화상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해 1990년 제정된 국제 평화상으로 그간 10명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한국인이 상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경없는 의사회(1996년),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1998년), 무하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설립자(2006년)는 서울평화상 수상 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반 총장은 차가운 머리, 뜨거운 심장, 발로 뛰는 솔선수범으로 복잡하게 얽힌 국가 간·지역 간 문제들을 적극 중재해 국제평화 정착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반 총장이 국제 사회와 협력해 각종 분쟁과 소요 사태에 적극 개입하면서 이집트·리비아 민주화, 코트디부아르·예멘 내전 종식, 남수단 독립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2006년 10월 한국인 최초로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된 반 총장은 2011년 6월 192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사무총장직에 재선됐다. 1944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학창시절 '영어신동'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고2 때 미국 방문 프로그램에 선발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만났고 외교관의 꿈을 품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외교부 차관·장관을 거쳤다.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그는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한국적 가치'로 유엔을 움직였다. 취임 초기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자기를 내세우기보다 조용히 귀 기울이며 설득하는 리더십으로 결국 인정을 받았다.

13일 68번째 생일을 맞는 반 총장은 뜻깊은 생일선물을 받게 됐다. 반 총장은 "전체 유엔을 대신해 겸허한 마음으로 수락하고자 한다"며 "특히 한국인으로서 유엔사무총장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해에 수상하게 된 것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린다. 반 총장에게는 상장과 상패, 상금 20만달러(약 2억3000만원)가 수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