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버드大 세계최대 뇌은행 냉동실 고장… 기증 뇌 150개 손상

세계 최대 뇌(腦) 은행의 냉동장치 고장으로 보관·연구 중이던 뇌 조직이 대거 손상돼 특히 자폐증 연구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로이터·AP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미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하버드대와 공동 운영하는 뇌 은행 '하버드 뇌조직 자원센터'(미 매사추세츠주 벨몬트 소재 맥클린 종합병원 소속)에서 지난달 31일 냉동실 1개가 작동을 멈춰 이 안에 있던 뇌 150개가 녹아내리고 대부분 부패한 사실이 확인됐다. 뇌 150개 중 최소한 54개는 자폐증 연구, 93개는 파킨슨·헌팅턴·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학적 퇴행증 연구에 쓰였던 것이다. 이 연구소는 영하 79도로 유지되는 24개 냉동실에 뇌 3000개를 보관하고 있었으며, 자폐증 전담 연구용 뇌의 3분의 1이 사고 냉동실에 보관돼 있었다.

이 연구센터 프랜신 빈스 소장은 "자폐증 연구의 진척을 지연시킬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들 뇌를 대상으로 유전학적 연구를 계속 진행해도 될지, 사고 전 연구자료가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2개 경보장치와 24시간 감시장치가 동시에 오작동한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뇌 은행은 대개 사망자로부터 사망 후 24시간 내 기증된 뇌를 보관한다. 자폐증 환자 인권단체 '오티즘 스픽스(Autism Speaks)'는 "종교·문화적 이유로 뇌 기증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데, 이번 불행하고 이례적인 사고가 향후 뇌 기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잰 코킨 MIT 행동신경과학 전공 교수는 "다른 뇌 은행들은 이번 사고를 보안장치를 재점검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