梨大 '아령당(閼英堂)'… 진짜 한옥 됐다

이화여대와 인연을 맺었거나 맺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학교 내의 유일한 한옥식 건물 '아령당(한자명 알영당·閼英堂)'을 기억할 것이다. 1936년 일본강점기 때 이화여전 가정대 학생들의 한옥형 가사실습실로 지어졌다가 6·25 전쟁 때 전소(全燒)된 뒤 1955년 재건한 건물을 1986년 현재의 모습으로 증축한 것이다. 현재는 학교 측이 영빈관으로 쓰고 있다.

이 건물을 '한옥'이 아니라 굳이 '한옥식(式)'이라고 표현한 것은 1986년 증축돼 20여년간 유지돼 온 건물이 말 그대로 '국적 불명의 한옥'이었기 때문이다. 외양만 목조로 얼기설기 한옥을 흉내 냈을 뿐 하나하나 나무를 이어붙여야 하는 천장은 대충 판떼기를 하나 올려붙여 놓았을 뿐이고, 7겹이 원칙인 도배는 두세 장으로 끝냈는가 하면 '한국식도 일본식도 아닌 국적 불명의 둥근 전구알'이 매달려 있었다.

이 아령당이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제대로 된 한옥으로 다시 태어났다. 작업을 맡았던 건축가 김대균(37)씨와 디자이너 박진우(39)씨를 11일 아령당에서 만났다. 김씨는 이번 리모델링의 핵심을 "한옥의 본질 살리기"라고 소개했다. "한옥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복원하되, 현대적 감각도 넣어 디자인 건축으로 바꾸었다"는 것.

김씨는 우선 아령당의 골조 구조와 기와지붕만 남겨두고 전부 바꿨다. 건축가가 처음 손댄 곳은 소나무 기둥. 김씨는 "골조를 뒤덮은 두꺼운 니스칠 때문에 전체적인 아령당의 색감이 무척 칙칙했다. 나무가 숨을 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면적 270㎡(약 80평)에 달하는 아령당 전체의 니스칠을 벗겨 내니 뽀얀 나뭇결이 드러났다. 그 위에 아마인유를 세 번씩 덧발랐고 기름이 나무에 스며드니 본래 나무의 화사한 색감이 나타났다고 한다.

바닥과 천장도 '대수술'에 들어갔다. 삐거덕거리던 바닥은 촘촘하게 다시 짜 쐐기를 박았고, 안방과 손님방 장판 바닥에도 들기름을 바르고 콩으로 반반하게 문질렀다. 누마루 위 천장도 전부 뜯어낸 다음 새 나무판을 한 장 한 장 일일이 끼워 맞췄다. 들썩거리던 창호는 전통방식에 가깝게 6겹 도배를 해 은은한 깊이감이 드러나도록 했다.

현대적 조명만 주로 만들어온 박진우씨는 아령당만을 위해 샹들리에를 새로 만들어 넣었다. "국립민속박물관 도록(圖錄)을 뒤져 전통과 현대를 충돌 없이 조화시킬 수 있는 디자인 조명을 만들었다"는 설명. 스테인리스 스틸 반사판, 아크릴·한지로 감싼 촛대, 장미목 받침 등이 어우러진 이 샹들리에는 아령당 대청마루와 툇마루, 화장실 등 곳곳에 달려 있다.

깨끗하고 단정하게 새로 단장한 아령당은 지난달 말 실비아 스웨덴 왕비를 첫 손님으로 맞았다. 두 사람은 "실비아 왕비가 아주 훌륭한 공간이라고 감탄했다고 전해들었다"고 했다. "한옥만 수십년씩 지으신 대목 장인들 눈에는 완벽한 재현이 아닐 거예요. 하지만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여러 번 고민하고 작업해 세월이 지나면 더 깊은 본질을 드러내는 명품처럼 아령당도 그런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