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눌한 송새벽, 아부 이야기를 던지다

송새벽(33)은 이야기를 하는 배우다. 그가 연기하면, 비중과 상관없이 그 역할은 이야기를 품었다. '마더'(봉준호 감독)의 이름도 없는 '세팍타크로 형사', '방자전'(김대우)의 '변사또'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자기만의 과거와 사연을 지닌 캐릭터였다. 이 캐릭터들은 주연 이상의 존재감을 얻으면서 화제가 됐고, 송새벽은 '방자전'이 개봉한 2010년 '최고의 신인 배우'로 꼽혔다.

정승구 감독의 '아부의 왕'(21일 개봉)에서 주연을 맡은 송새벽은 눈치도 없고 고지식하지만 '아부계의 전설'로 불리는 '혀고수'(성동일)를 만나면서 아부로 인생역전을 하는 '동식'을 연기했다. 1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송새벽을 만났다. 그의 말은 반 박자 늦게 나왔고, 길지도 않은 편이었다. 아무래도 아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원래 아부는 좀 하는 편인가.

"보면 알겠지만, 못한다. 그래도 술 몇 잔 마시고 좀 얼큰해지면 애교도 부리고 깨물기도 한다.(웃음)"

―'아부의 왕'은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안 웃기더라.

"'아부의 왕'이란 제목을 보고 코미디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코미디보다는 드라마가 강한 편이다. 이 영화엔 이야기가 있다. 영화가 웃길 것으로 예상한 관객들은 첫사랑이나 가족 등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또 다른 재미를 느낄 것이다."

―'송새벽'하면, 코미디를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지 않을까.

"관객들의 그런 관심과 기대에는 감사하지만 부담감이 조금 있다. 신경을 안 쓰려고 하는데 안 쓸 수가 없다. '저 친구가 나오기만 하면 웃겨'라고 한다면 코미디언을 해야지. 지금까지 내가 웃겼던 것도 영화 속 상황이 웃겼던 것이지 내가 개인기 같은 걸로 웃긴 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웃기려고 연기를 해버리면 이야기에 찬물을 끼얹어버릴 때가 있다. 연기할 때도 그런 부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

―코믹한 이미지가 강하면 배역에 제한이 있을 텐데.

"아니다. 다양한 배역이 들어온다. 실제로도 지금까지 코믹한 역할만 맡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멜로 영화 제안은 안 들어오더라. 진짜, 정말, 꼭 해보고 싶은데."

―'방자전'에선 '전라도 사투리'가 인상적이었다.(그는 전북 군산 출신)

"예전에는 5분만 대화를 나눠도 상대방이 '당신 고향 전라도지'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고치긴 좀 고쳤다. '방자전'의 '변학도' 캐릭터가 굳어져서 그렇지 실제로는 사투리가 강하지 않다. 지금도 사투리 안 쓰고 있지 않나?"

―'방자전'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고 '2010년의 발견'으로 꼽혔다. 부담스럽진 않았나.

"겸손 떨려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그걸로 사람들한테 알려지고 상도 받을 줄은 몰랐다. 상상을 초월한 '변학도'란 인물이 시나리오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아니라 누가 했어도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또래의 남자 주연 배우들에 비해 빼어난 미남은 아니다. 스스로 꼽는 자신의 매력이 뭔가.

"잘생긴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균형이 맞지 않을까. 이렇게 얘기하니 내가 너무 못생긴 것 같네.(웃음) 굳이 매력을 꼽자면, 그건 동서남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옆집 친구처럼 편안한 이미지?"

―대답을 할 때 '이야기'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이야기'를 좋아하나.

"배우니까. 배우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소극장에서 연극을 할 때도 한 공간에서 누군가는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그걸 듣는다는 게 좋았다. 그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하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던지는 일, 특히 좋은 이야기를 던지는 일에 아주 작게나마 사명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