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 카페] 땀 냄새는 異性 이끄는 '지상 최고의 향수'
입력 : 2012.06.13 23:08
인간은 땀 분비샘 많은 유인원 성격도 땀 냄새로 알아낼 수 있어
좋은 배우자 찾을 때도 체취 이용 남성은 可妊期 여성 냄새에 끌려
면역 유전자 맞춤 향수 나올 듯 자신에게 적합한 이성에게만 효과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하면서 겨드랑이에 자주 땀이 찬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데오도란트(deodorant·방취제)나 향수 냄새가 전보다 더 진해졌다. 아예 땀이 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역(逆)발상은 혁신의 시작이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현대인의 기피 대상인 땀 냄새가 오히려 지상 최고의 향수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치료를 하는 '맞춤 의학'처럼 개인의 땀 냄새에 맞춰 매력을 더해줄 '맞춤 향수' 시대도 예견된다.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후각이 형편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식을 뒤집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먼저 인간은 땀 분비샘이 다른 유인원보다 많다. 인간을 '냄새나는 유인원(scented ape)'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땀이 나면 박테리아가 증식해 고유의 땀 냄새를 낸다. 사람의 후각이 둔하다면 알아채지도 못하는 냄새를 굳이 낼 필요가 있을까.
과학자들은 인간이 땀 냄새를 일종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쓰고 있음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지난해 폴란드 연구진은 남녀 60명에게 자기 성격을 쓰게 한 후 3일 동안 같은 티셔츠를 입게 했다. 냄새나는 담배나 음식은 멀리했다. 나중에 다른 200명에게 티셔츠 냄새를 맡게 하고 옷 주인의 나이가 얼마인지, 여성인지 남성인지, 성격은 어떤지 추측하게 했다. 사람들은 그중에서 성격이 신경질적인지, 외향적인지, 지배 성향이 있는지를 옷 주인이 직접 쓴 성격과 가장 근사하게 맞혔다.
땀 냄새로 상대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한 진화의 결과로 보인다. 한때 땀 냄새는 연인을 유혹하는 좋은 수단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영국에서는 여성이 사과 껍질을 겨드랑이에 대고 땀 냄새가 배게 하고는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선물로 주는 풍습이 있었다. 발칸 지역의 전통 춤에는 남성이 겨드랑이에 끼워뒀던 손수건을 젊은 여성의 코앞에서 흔드는 동작이 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만들어진 풍습은 다 이유가 있다. 2005년 영국과 체코 연구진은 여성은 가임기에 지배 성향이 강한 남성의 냄새에 끌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배적인 성향의 남성은 배우자나 자식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이전에는 여성이 몸의 좌우 대칭이 완벽한 남성의 냄새에 끌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몸의 좌우 대칭이 좋으면 질병에 강하고 유전자가 우성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남성은 여성이 생리 기간일 때보다 가임기일 때의 냄새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무의식중에 체취(體臭)로 이성을 판별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후각이 형편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식을 뒤집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먼저 인간은 땀 분비샘이 다른 유인원보다 많다. 인간을 '냄새나는 유인원(scented ape)'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땀이 나면 박테리아가 증식해 고유의 땀 냄새를 낸다. 사람의 후각이 둔하다면 알아채지도 못하는 냄새를 굳이 낼 필요가 있을까.
과학자들은 인간이 땀 냄새를 일종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쓰고 있음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지난해 폴란드 연구진은 남녀 60명에게 자기 성격을 쓰게 한 후 3일 동안 같은 티셔츠를 입게 했다. 냄새나는 담배나 음식은 멀리했다. 나중에 다른 200명에게 티셔츠 냄새를 맡게 하고 옷 주인의 나이가 얼마인지, 여성인지 남성인지, 성격은 어떤지 추측하게 했다. 사람들은 그중에서 성격이 신경질적인지, 외향적인지, 지배 성향이 있는지를 옷 주인이 직접 쓴 성격과 가장 근사하게 맞혔다.
땀 냄새로 상대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한 진화의 결과로 보인다. 한때 땀 냄새는 연인을 유혹하는 좋은 수단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영국에서는 여성이 사과 껍질을 겨드랑이에 대고 땀 냄새가 배게 하고는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선물로 주는 풍습이 있었다. 발칸 지역의 전통 춤에는 남성이 겨드랑이에 끼워뒀던 손수건을 젊은 여성의 코앞에서 흔드는 동작이 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만들어진 풍습은 다 이유가 있다. 2005년 영국과 체코 연구진은 여성은 가임기에 지배 성향이 강한 남성의 냄새에 끌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배적인 성향의 남성은 배우자나 자식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이전에는 여성이 몸의 좌우 대칭이 완벽한 남성의 냄새에 끌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몸의 좌우 대칭이 좋으면 질병에 강하고 유전자가 우성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남성은 여성이 생리 기간일 때보다 가임기일 때의 냄새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무의식중에 체취(體臭)로 이성을 판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체취에서 이성을 유혹할 성분을 찾아내 향수로 만들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 실제로 과학자들은 지배적인 성향이 강한 쥐에서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안드로젠의 분해 산물이 많이 방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면봉에 이 물질을 적셔 소개팅에 나온 여성의 입술 위에 살짝 댔더니 다른 여성보다 상대 남성을 후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트릭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서처럼 모든 사람을 휘어잡는 향수를 만들 수 있을까. 아직은 이르다. 앞서 얘기한 실험에서 남성호르몬 부산물에 대한 여성의 호불호(好不好)는 확연히 갈라졌다. 다수는 좋은 영향을 받았지만, 일부는 극도의 불쾌감을 나타냈다. 향수가 호감은커녕 불쾌감을 부른다면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
그래서 대안(代案)으로 나온 것이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란 물질이다. MHC는 인체에서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외부 침입자를 면역 시스템이 인지하고 방어하도록 조절하는 물질이다. 1995년 스위스 연구진은 여성에게 남성의 셔츠 냄새를 맡고 마음에 드는 쪽을 고르도록 했더니 자기와 MHC 유전자가 정반대인 남성의 셔츠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건강한 자식을 낳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됐다. 부모의 면역 유전자가 다르면 자식이 질병에 저항할 무기도 다양해진다. MHC 향수는 '내가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고 알려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남성호르몬 향수와 달리 호불호가 극도로 갈리지도 않는다. 유전자형이 다른 이성에게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마법의 향수'가 아니라 자신에게 꼭 맞는 '맞춤 향수'가 되는 것이다.
맞춤 향수가 필요한 이유는 향수 제조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향수병을 열고 어느 쪽이 가장 좋은 냄새인지 고르는 실험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향수라도 실제로 사람이 그 향수를 뿌렸을 때 늘 좋은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자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 향수를 뿌렸을 때 다른 사람도 좋은 평가를 했다. 즉 자신에게 알맞은 향수는 자신이 알고 있다는 뜻이다. MHC 향수는 이처럼 자신의 체취를 보완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MHC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 조각을 향수로 쓰는 특허까지 출원했다. 길을 가다가 왠지 좋은 향기에 자기도 모르게 마주 선 남녀를 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패트릭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서처럼 모든 사람을 휘어잡는 향수를 만들 수 있을까. 아직은 이르다. 앞서 얘기한 실험에서 남성호르몬 부산물에 대한 여성의 호불호(好不好)는 확연히 갈라졌다. 다수는 좋은 영향을 받았지만, 일부는 극도의 불쾌감을 나타냈다. 향수가 호감은커녕 불쾌감을 부른다면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
그래서 대안(代案)으로 나온 것이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란 물질이다. MHC는 인체에서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외부 침입자를 면역 시스템이 인지하고 방어하도록 조절하는 물질이다. 1995년 스위스 연구진은 여성에게 남성의 셔츠 냄새를 맡고 마음에 드는 쪽을 고르도록 했더니 자기와 MHC 유전자가 정반대인 남성의 셔츠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건강한 자식을 낳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됐다. 부모의 면역 유전자가 다르면 자식이 질병에 저항할 무기도 다양해진다. MHC 향수는 '내가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고 알려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남성호르몬 향수와 달리 호불호가 극도로 갈리지도 않는다. 유전자형이 다른 이성에게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마법의 향수'가 아니라 자신에게 꼭 맞는 '맞춤 향수'가 되는 것이다.
맞춤 향수가 필요한 이유는 향수 제조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향수병을 열고 어느 쪽이 가장 좋은 냄새인지 고르는 실험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향수라도 실제로 사람이 그 향수를 뿌렸을 때 늘 좋은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자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 향수를 뿌렸을 때 다른 사람도 좋은 평가를 했다. 즉 자신에게 알맞은 향수는 자신이 알고 있다는 뜻이다. MHC 향수는 이처럼 자신의 체취를 보완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MHC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 조각을 향수로 쓰는 특허까지 출원했다. 길을 가다가 왠지 좋은 향기에 자기도 모르게 마주 선 남녀를 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