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혈세만 둥둥 '세빛둥둥섬'… 서울시 애물단지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대교 남쪽 한강 위에 떠 있는 세빛둥둥섬 주변에서는 공사 인부들이 자재를 나르느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포클레인 등 공사 장비들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었고 한강공원 둔치에서 세빛둥둥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모두 끊겨 있었다. 현재 둔치와 세빛둥둥섬을 잇는 다리인 '도교(渡橋)' 공사가 한창이다. 국토해양부가 현재의 도교가 "홍수가 나면 물에 잠겨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를 개선하도록 지시했다. 현재는 수위에 맞춰 다리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리프트형 다리를 건립 중이다. 현재 새빛둥둥섬은 육지와 연결로도 없이 강에 고립된 상태다.

세빛둥둥섬은 지난해 5월 건축공사를 마치고 전망공간을 일반에 공개하면서 출범을 알렸지만, 지금까지 1년째 표류(漂流)하며 서울시의 두통거리가 됐다. 이 인공섬을 실제 운영할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차 운영사로 선정됐던 CR101은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만 내고 잔금을 납부하지 않아 계약이 취소됐고, 2차 운영사로 골랐던 UGA&P는 임대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깨졌다. 세빛둥둥섬 사업자인 ㈜플로섬은 월세 10억원, 인테리어 공사비 150억~200억원을 부담하는 조건을 걸고 운영사를 찾고 있지만 좀처럼 나서는 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세빛둥둥섬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06년 11월 "한강의 수변 경관을 살려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추진했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수상복합문화시설을 강 위에 띄운다는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사업비 500억원을 예상했으나, 나중에 이 액수는 964억원, 1390억원으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2008년 4월 1단계 개장, 2009년 4월 완전 개장 목표도 빗나가 2008년 6월에야 첫 삽을 떴고, 그 뒤로도 민자사업자인 C&우방이 중도에 사업을 포기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효성이 2009년 5월 C&우방 지분 67% 중 47%를 인수하면서 사업이 재개됐지만,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하다. 현재 올 10월 개장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지만, 시 관계자는 "지금부터 밤새워 일해도 10월에 개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4월 시의회에 참석, "10월이 지켜질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특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민간사업자가 세빛둥둥섬을 일정 기간 운영한 뒤 나중에 기부채납을 받는 식으로 계획을 승인했지만, 오세훈 시장 때 이 기간이 20년에서 25년으로 늘었고, 박 시장 취임 이후 또 30년으로 늘어났다. 사업비가 예상보다 더 들어갔으니 운영기간을 늘려달라는 민간사업자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더구나 개장 후 운영하다가 사업을 청산하게 됐을 경우,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건 서울시가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는 조항을 둔 탓에 앞으로 시 예산이 추가로 투입될 수도 있다. 서울시는 현재 박원순 시장 지시로 세빛둥둥섬 추진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 고위 간부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많이 드러났다"며 "민간사업자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한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시도 SH공사를 통해 이 사업에 128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대해 사업자인 플로섬 측은 초기에는 "C&우방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공백이 생겼고, 강 위에서 진행하는 유례없는 공사여서 진행이 수월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아예 입을 닫고 있다. "워낙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게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아예 철거하자는 주장도 펴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신재원 팀장은 "공사가 늦어지고 공사비가 늘어나는 건 사업자 쪽에 책임이 있다"며 "채무가 많으면 시가 세빛둥둥섬을 인수하는 게 어떠냐는 말도 있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오승록(민주당) 시의원은 "서울시에서 민간업체 간 문제라 개입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운영업체를 빨리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