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 [47] 금시계 경품! 치약의 '통큰 마케팅'

'미려하고 순백한 치아는 귀녀(貴女)들의 지보(至寶)입니다. 시대는 건강미를 예찬! 치아의 건강미!….' 1931년 4월 14일자 하단 '라이온 치마분(齒磨粉·가루 치약)' 3단 통광고는 치아를 여성미의 관점에서 접근해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식후 손가락 위에 소금을 묻혀 이빨을 닦던 조선의 '양치생활'에 개항 이후 일본 유학생이나 상류층을 중심으로 가루 치약을 돼지털로 만든 치쇄자(齒刷子·칫솔)에 묻혀 닦는 방식이 유입됐다. 구한말 발간된 황성신문 등에 치마분 광고가 등장하고(황성신문 1902년 12월 18일자 등), 특히 1920년 조선·동아가 창간되면서는 '라이온(ライオン)' '구라부(クラブ)' '인단(仁丹)' 3대 치마분 회사의 광고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치(齒)에 유효, 입(口)에 상쾌(爽快)'한(1928년 3월 3일자 등) 이들 치마(齒磨) 제품이 조선에서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기까진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경성 의사회장 김용채(金容埰)가 "안력(眼力)이 매우 조코, 또 치아가 건강하며,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함"을 '조선인의 자랑'으로 꼽을 정도로('개벽' 1925년 7월 1일자) 조선인의 치아 건강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마회사들은 '충치 예방'이나 '미'를 위해 '매일 이를 닦자'는 광고 외에도 '일본에서 나온 유명한 긔술자(奇術者)와 저명한 배우… 조선 명창 리화중선(李花中仙)'등이 출연하는 연예대회에 '십전짜리 치마분 겁떼기 두 장'을 갖고 오면 '공짜 입장'을 내걸고(1927년 6월 10일자) 전국을 순회하면서 샘플을 나눠주는 등 노심초사했다. 나아가 1등 상금 50원을 내건 '이가 예쁜 조선 미인과 조선 아동 사진' 현상 모집(1932년 5월 2일자·라이언), '손재봉틀' '라디오 셋도' '금시계'(구라부) '쌀 천포'(1934년 3월 11일자·인단) 등의 각종 '통 큰' 경품 행사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특히 1930년대엔 '지금 치마는 연(煉)의 시대로 이동'한다는 광고에서 보듯(1930년 12월 23일자), 가루 치약을 글리세린 등과 혼합해 불려서 '쥬-부(tube·압출금속관)'에 넣어 눌러서 짜 쓰는 치약인 '연치마(煉齒磨)' 판매에 치중했다. 가루 치약에 비해 값이 3~4배나 비싸 이익이 컸기 때문이다. '연치마'는 중일전쟁 후 증세(增稅)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화장비누'와 함께 세금을 물리려다(1939년 2월 25일자) 번복할 정도로(1939년 3월 26일자) 고급 사치품이었다. 광복 후 1960년대까지도 소금이나 가루 치약으로 양치하는 가정은 흔했으나 이후 '연치마'는 매일 쓰는 생활필수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