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편지] '발달 장애' 아들 승훈이와 함께 부르는 희망의 노래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큰아들 승훈(사진 왼쪽)이가 30개월을 조금 넘겼을 무렵, 자폐성 장애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냥 조금 늦되는 줄로만 알았던 우리 부부의 충격은 너무도 컸다. 그날 이후 내겐 희망이나 내일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그 당시 내게 행복이란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발달장애 아동을 기르는 부모들은 육체적, 경제적, 정신적으로 3~4중의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순간부터 부모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가지만 어디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물어볼 곳조차 마땅치 않고, 믿고 맡길 기관도 절대 부족해 답답하기만 하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는 발달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이 많아 터놓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나도 승훈이의 장애를 알게 된 날부터 아주 오랜 기간을 막막함과 누구에게랄 것도 없는 분노 속에서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를 절망에서 건져준 건 다름 아닌 바로 승훈이 자신이었다. 말을 하고, 혼자 옷을 입고, 가위질을 하고…. 다른 아이들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내는 일들을 승훈이는 수없이 반복되는 연습을 거쳐야만 겨우 하나를 해결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힘들고 지칠 만도 한데 승훈이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자기만의 방식으로 씩씩하게 그 어려움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갔다. 그래서 나는 다시 '희망'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장애인 복지지원이 늘고, 국민들 인식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발달장애를 숨기거나 외국 이민을 꿈꾼다. 나 또한 처음 승훈이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으며 '과연 옳은 결정일까?' 고민을 거듭했다.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세상의 편견과 싸워야 하는 아이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훈이를 통해 나 자신이 희망을 되찾았듯이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많은 부모들과 그 가족들 또한 그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다.

지금 나는 인생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가수로서 인기나 사업가로서 부와 명예를 쌓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우선 승훈이와 같은 아픔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복지센터를 세우는 것이 첫 번째 꿈이다. 그곳에서 보다 좋은 치료와 교육을 받게 하고 싶다. 그리고 정부와 사회가 발달장애인들을 좀 더 배려해 나갈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더하고 싶다. 그래서 승훈이를 통해 내가 다시 찾았던 희망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 그리고 이 길을 승훈이와 함께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