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정비결에 뭐든지 하래요

3인조 모던록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34)은 팬들에게 '룡자'로 통한다. "살포시 리듬을 타며 기타 치는 모습이 수줍음 타는 여자 같다"며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그런데 그 '룡자'가 21일 개봉하는 장편 독립영화 '설마… 그럴리가 없어'에서 주연을 맡았다. 가난한 인디 뮤지션 능룡(이능룡)이 인터넷 소개팅 사이트를 통해 유명 여배우 윤소(최윤소)와 설레는 만남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능룡 외에, 이효리의 남자친구로 잘 알려진 이상순(롤러코스터 멤버)과 몬구(몽구스 멤버) 등 실제 인디 뮤지션들도 단역으로 출연한다.

"연초에 토정비결을 봤는데 '일을 닥치는 대로 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나왔어요. 그래서 도전했어요." 출연계기를 묻자, 이능룡은 난데없이 토정비결 얘기를 꺼냈고 설명도 길게 했다. 요약하면, "언니네 이발관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이거다'라는 느낌이 올 때까지 앨범을 만든다. 연초 한 해 계획이 막연하던 차에 토정비결을 봤고 때마침 섭외가 들어와 출연했다"는 거였다.

이능룡은 대학시절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동아리 회장까지 맡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주로 조명·무대 같은 스탭이나 엑스트라였다"고 했다. 그는 "대학을 가면 공부를 그만 하고 놀 수 있을 줄 알고 고3 때 죽어라 공부했다"며 "35등 하던 반성적을 5등까지 올려 대학에 갔고 대학에서도 가장 공부 안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연극반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능룡의 연기에 대한 평점은 후한 편이다. 전주 국제영화제와 상상마당 시네마음악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된 뒤 "낯가림이 심한 줄 알았는데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는 평을 받았다. "가입한 지 한참 됐는데 자신에게 소개팅을 신청한 사람이 없다"며 소개팅 업체 직원에게 항의하는 신은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능룡은 "감독이 캐스팅 후 매일 찾아와 술을 사주며 나를 파악했다"며 "그것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속 말투나 행동을 나에게 맞게 고쳐줬기 때문에 부담이 적었다"고 했다. "극 중 낯을 많이 가리는 거나 보이지 않는 대상에게만 화를 잘 내는 능룡의 모습이 실제 내 성격과 닮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뮤지션 이능룡'은 과감하단다. "스무 살 무렵 기타를 시작할 때부터 데이비드 보위 같은 가수의 음반을 틀어놓고 거기에 내 방식으로 기타 연주를 얹었어요. 그 덕분에 '언니네 이발관' 오디션에서 연습해 간 곡은 잘 못했어도 잼(즉흥연주)을 잘해 뽑혔죠."

이능룡은 이번 영화의 음악감독도 맡았다. 영화에 쓰인 8곡을 모두 작곡했는데, "전자기타로 따뜻하고 둥글둥글한 소리를 내는 걸 좋아한다"는 그답게 모두 부드러운 곡이다. 그중 한 곡은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솔로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주변에서 '제발 부르지 말든지 아니면 잘 불러라'라는 반응이에요. 하지만 그 거친 느낌이 영화 속 장면과는 잘 맞는 거 같아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