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가구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쓰는 나무는 '호두나무(월넛)'이다. 질감이 단단한 데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기 때문. 모던 가구의 원조격인 서양에서 많이 썼다는 사실도 한몫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가구 디자이너 배세화씨의 의자 등이 대부분 호두나무다. 하지만 "색이 너무 어두워 요즘 유행하는 자연스러운 느낌과 다소 안 맞는다"는 의견도 있다.
호두나무와 더불어 자주 쓰이는 '5종 세트' 중 하나인 물푸레나무는 화사한 하얀색에 회색 나무결이 있어 인기가 많다고 한다. '나무 같은 느낌'을 제대로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붉은 빛이 도는 체리나무와 하얀 색감의 단풍나무는 색깔로 승부를 보려는 작품에 걸맞다. '오크(oak)'로 잘 알려진 참나무는 색깔이 튀지 않아 디자인을 앞세우는 제품에 자주 쓰인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의 진짜 '로망'은 따로 있다. 바로 느티나무이다. 목재 자체가 워낙 단단하고 색깔과 결도 아름다워 말그대로 '원목' 가구에 가장 적합한 수종이라고 한다. 한 가구 디자이너는 "누구나 느티나무를 쓰고 싶어하지만 가격이 워낙 '금값'이라 감히 엄두를 못 낸다"며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작품을 만드는 학생들이 오히려 기성 작가들보다 느티나무 같은 비싼 수종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했다.
과거 원목 가구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소나무도 최근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가구 디자이너 한정현(37)씨는 "소나무가 갖고 있는 고유의 향기, 공기청정 효과가 알려지면서 인기가 많아졌다"며 "질감도 소박한 데다 정서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과도 잘 맞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