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15 03:08

호두·단풍 등 인기 5種외에 자연주의 타고 소나무 부활

최근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43)씨는 해외 디자인 박람회에 출품할 작품으로 흰 떡갈나무 책상 '트랜스 2012'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책상 서랍 내부에 원목 가구 재료로는 잘 쓰이지 않는 '얼룩무늬나무'를 썼다. 이 나무는 무늬에 따라 잘 갈라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가구 제작에는 잘 쓰이지 않는 수종(樹種)이라고 한다. 박씨는 "작은 면적에 쓸 때는 얼룩무늬 나무가 갖고 있는 갈색 줄무늬의 장식 효과가 단점보다 더 크다"며 "사용자에게 작은 감동과 2차적인 즐거움을 주기 위해 실험적으로 썼다"고 했다.

떡갈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친환경·자연주의가 인테리어의 '대세'로 굳어지면서 원목(原木) 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구와 나무, 둘 사이엔 과연 어떤 궁합이 있는 걸까?

업계에 따르면 가구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쓰는 나무는 '호두나무(월넛)'이다. 질감이 단단한 데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기 때문. 모던 가구의 원조격인 서양에서 많이 썼다는 사실도 한몫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가구 디자이너 배세화씨의 의자 등이 대부분 호두나무다. 하지만 "색이 너무 어두워 요즘 유행하는 자연스러운 느낌과 다소 안 맞는다"는 의견도 있다.

호두나무와 더불어 자주 쓰이는 '5종 세트' 중 하나인 물푸레나무는 화사한 하얀색에 회색 나무결이 있어 인기가 많다고 한다. '나무 같은 느낌'을 제대로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붉은 빛이 도는 체리나무와 하얀 색감의 단풍나무는 색깔로 승부를 보려는 작품에 걸맞다. '오크(oak)'로 잘 알려진 참나무는 색깔이 튀지 않아 디자인을 앞세우는 제품에 자주 쓰인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의 진짜 '로망'은 따로 있다. 바로 느티나무이다. 목재 자체가 워낙 단단하고 색깔과 결도 아름다워 말그대로 '원목' 가구에 가장 적합한 수종이라고 한다. 한 가구 디자이너는 "누구나 느티나무를 쓰고 싶어하지만 가격이 워낙 '금값'이라 감히 엄두를 못 낸다"며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작품을 만드는 학생들이 오히려 기성 작가들보다 느티나무 같은 비싼 수종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했다.

과거 원목 가구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소나무도 최근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가구 디자이너 한정현(37)씨는 "소나무가 갖고 있는 고유의 향기, 공기청정 효과가 알려지면서 인기가 많아졌다"며 "질감도 소박한 데다 정서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과도 잘 맞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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