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현금서비스… 적금·보험 깨는 서민들
입력 : 2012.06.15 03:12
정부, 가계대출 억제하자 카드사들 한도 크게 낮춰
저축은행·대부업체들도 1년 새 대출액 20조원 줄여
생활·교육·의료비 때문에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우려
직장인 A(41)씨는 지난 7년 동안 매월 20만원씩 부어오던 생명보험을 최근 해약했다. 세금 등을 떼고 250만원 정도 손해를 봤지만 부족한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올 들어 A씨처럼 보험·적금을 깨뜨려 생활비에 보태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사를 찾아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의 효력이 상실된 경우가 작년 9월부터 계속 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약 50만4000건이던 것이 지난 2월에는 58만8000건으로 20% 가까이 늘어났다. 한 생보사 부장은 "보험을 깨뜨려 생활비에 보태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은행 정기적금을 해약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4대 금융지주 계열인 B은행의 올 1~5월 정기적금 해약 건수는 41만여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배로 늘었다. 적금 해약 당시 통장에 남아 있던 잔고를 보면 작년에는 평균 305만원이던 것이 올해는 225만원으로 줄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적금을 부은 지 얼마 안 돼 해지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의미"라면서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민층보다 형편이 나은 고소득·고신용 직장인들도 '돈 가뭄'에 시달리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4대 은행의 마이너스 대출 잔액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 만에 5676억원 늘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빌린 주택대출을 갚느라 생활비가 부족해진 월급쟁이들이 마이너스 대출 사용액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돈벌이 어려운데 금융기관 대출 조이기 겹쳐
서민들이 보험·적금을 깨고 마이너스 대출을 늘리는 것은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 탓에 돈벌이가 한결 어려워진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금융기관들이 돈줄을 조이는 것도 한몫 한다. 요즘 금융기관들은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대부업체를 막론하고 대출을 줄이는 추세이다. 유럽 위기가 장기화되고 경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위험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출을 줄이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말부터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도 한 요인이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보통 한 달 정도의 단기대출)로 생활비를 융통해 오다 최근 대출금 상환일을 못 지키고 5일간 연체했던 직장인 C(43)씨는 이달 초 카드사로부터 "현금서비스 한도를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내린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유를 물으니 "대출 기준이 강화돼 한 번이라도 연체를 하면 한도를 크게 줄인다"는 답이 돌아왔다. C씨는 "연리(年利) 20%대 현금서비스가 막히면 금리 30%대 저축은행·대부업체에서 돈을 꿔야 해 막막한 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민들의 주된 급전 조달 창구 역할을 해온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대부업체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한 달간 전체 카드사가 내준 현금서비스는 6조2000억원대로 작년 5월에 비해 1조원(13%)이나 줄었다. 저축은행도 작년부터 3차례 구조조정을 겪으며 매달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작년 3월 62조8000억원이던 대출 잔액이 올 3월엔 42조100억원으로 20조원 넘게 줄었다. 대부업체도 돈줄을 조이고 있다.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의 개인 대출은 지난해 6월 6조8000억원에서 작년 말 6조7500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대출 조이기는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은행권에서도 올 들어 5월 20일까지 가계 대출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000억원 줄였다.
이처럼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돈줄을 계속 조이면 서민들이 불법 사(私)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경제연구원 백흥기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서민 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으면서 생활비·교육비·의료비를 단기·소액 대출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개인의 신용등급에 합당한 금리만 물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대출 시장이 다양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제도권 금융 대출시장은 연리 10%대 은행, 20%대 카드사, 30%대 저축은행·대부업체 등 단층 구조로 돼 있어 신용도가 중간층에 있는 금융 소비자들이 신용등급에 비해 과도한 금리를 부담하지 않으면 돈을 꾸지 못하는 '시장의 결핍'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대 박창균 교수는 "금융권의 공동 출자로 1조원 규모의 '서민 금융 펀드'를 만들어 연리 10%대 후반~20%대 초반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A씨처럼 보험·적금을 깨뜨려 생활비에 보태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사를 찾아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의 효력이 상실된 경우가 작년 9월부터 계속 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약 50만4000건이던 것이 지난 2월에는 58만8000건으로 20% 가까이 늘어났다. 한 생보사 부장은 "보험을 깨뜨려 생활비에 보태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은행 정기적금을 해약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4대 금융지주 계열인 B은행의 올 1~5월 정기적금 해약 건수는 41만여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배로 늘었다. 적금 해약 당시 통장에 남아 있던 잔고를 보면 작년에는 평균 305만원이던 것이 올해는 225만원으로 줄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적금을 부은 지 얼마 안 돼 해지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의미"라면서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서민층보다 형편이 나은 고소득·고신용 직장인들도 '돈 가뭄'에 시달리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4대 은행의 마이너스 대출 잔액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 만에 5676억원 늘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빌린 주택대출을 갚느라 생활비가 부족해진 월급쟁이들이 마이너스 대출 사용액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돈벌이 어려운데 금융기관 대출 조이기 겹쳐
서민들이 보험·적금을 깨고 마이너스 대출을 늘리는 것은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 탓에 돈벌이가 한결 어려워진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금융기관들이 돈줄을 조이는 것도 한몫 한다. 요즘 금융기관들은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대부업체를 막론하고 대출을 줄이는 추세이다. 유럽 위기가 장기화되고 경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위험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출을 줄이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말부터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도 한 요인이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보통 한 달 정도의 단기대출)로 생활비를 융통해 오다 최근 대출금 상환일을 못 지키고 5일간 연체했던 직장인 C(43)씨는 이달 초 카드사로부터 "현금서비스 한도를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내린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유를 물으니 "대출 기준이 강화돼 한 번이라도 연체를 하면 한도를 크게 줄인다"는 답이 돌아왔다. C씨는 "연리(年利) 20%대 현금서비스가 막히면 금리 30%대 저축은행·대부업체에서 돈을 꿔야 해 막막한 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민들의 주된 급전 조달 창구 역할을 해온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대부업체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한 달간 전체 카드사가 내준 현금서비스는 6조2000억원대로 작년 5월에 비해 1조원(13%)이나 줄었다. 저축은행도 작년부터 3차례 구조조정을 겪으며 매달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작년 3월 62조8000억원이던 대출 잔액이 올 3월엔 42조100억원으로 20조원 넘게 줄었다. 대부업체도 돈줄을 조이고 있다.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의 개인 대출은 지난해 6월 6조8000억원에서 작년 말 6조7500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대출 조이기는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은행권에서도 올 들어 5월 20일까지 가계 대출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000억원 줄였다.
이처럼 제도권 금융기관들이 돈줄을 계속 조이면 서민들이 불법 사(私)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경제연구원 백흥기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서민 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으면서 생활비·교육비·의료비를 단기·소액 대출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개인의 신용등급에 합당한 금리만 물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대출 시장이 다양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제도권 금융 대출시장은 연리 10%대 은행, 20%대 카드사, 30%대 저축은행·대부업체 등 단층 구조로 돼 있어 신용도가 중간층에 있는 금융 소비자들이 신용등급에 비해 과도한 금리를 부담하지 않으면 돈을 꾸지 못하는 '시장의 결핍'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대 박창균 교수는 "금융권의 공동 출자로 1조원 규모의 '서민 금융 펀드'를 만들어 연리 10%대 후반~20%대 초반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