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이 딱 맞아야만 꼭 좋은 사진일까

초점이 또렷하게 맞아야만 꼭 좋은 사진일까.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환호하며 쨍하고 화려한 색감을 추구하는 대신, 노정하(46)는 역으로 아날로그 필름을 장착한 핀홀 카메라(pinhole camera·렌즈 대신 바늘구멍을 사용한 카메라)를 들었다. 초점이 엇나가고 뿌옇게 흔들린 결과물은 '사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회화'처럼 보인다. 흐릿한 덕에 묘한 우수(憂愁)를 자아낸 그 사진으로 노정하는 '핀홀 카메라 작가'라는 별칭을 얻으며 주목받았다. "사진이라고 해서 꼭 '보이는 것'만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핀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카메라 내에서 빛이 충돌하며 우연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다. 나는 그 우연성에 매혹됐다."

노정하 개인전 '보이지 않는 것에 묻다'가 다음 달 29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2011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수상전이다. 작가의 대표작인 핀홀 카메라 작업(2003~2008·사진)을 비롯해 어린 소녀에게 공주 차림을 하게 해 어른 못지않은 '존엄성'을 부여한 '마이 리틀 프린세스' 시리즈(2004) 등 모두 38점이 나왔다. (02) 737-7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