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끝내자던 키스신, 여섯번

"원래는 모두가 알 만한 스타급 배우들에게 그 배역을 제안했는데 다들 안 한다고 했대요. 아무에게나 돌아갈 기회가 아닌데 제가 하게 됐으니 영광이죠."

김동윤(32)은 영화 '두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두결한장·감독 김조광수·21일 개봉)의 남자 주인공 '강민수'를 연기한 것을 영광이라고 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이 알려질까 봐 위장 결혼을 하는 게이를 연기한 그를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는 KBS 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에 출연했고 지금은 KBS 일일드라마 '별도 달도 따줄게'에서 욱하는 성질의 둘째 아들 역을 맡고 있는, 브라운관에선 나름 알려진 이름이지만 영화 쪽에선 신인에 가깝다.

'두결한장'은 한국에선 드문 '퀴어(동성애) 로맨틱 코미디'. 부모의 간섭과 주위의 눈총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이 민수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이 서로 필요에 따라 잠시 위장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았다.

"배역을 맡으면서 혹시 동성애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과 부정적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았느냐"고 묻자 김동윤은 "벌써 포털 검색창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게이'가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나를 떠올렸을 때 게이가 연상된다면 내가 이번 연기를 잘한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동성애자들은 무조건 싫다'는 거, 그거 그들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애당초 이런 영화 보지도 않겠지만, 굳이 설득해서 보게 하고 싶진 않아요."

'두결한장'은 15세 관람가다. '노골적인 섹스신'이 없다는 얘기다. 김동윤은 "애정신에 대한 거부감은 처음부터 없었다. 예전에 연애할 때도 여자친구에게 애정 표현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를 제대로 못 할까 봐 겁이 났다"고 했다. "키스 장면을 찍을 때 남자친구 석이 역의 송용진(뮤지컬배우) 형이랑 '진하게 하고 한 번 만에 끝내자'고 했는데 실제로는 대여섯 번 촬영해야 했어요. 두 사람의 첫 키스인데 너무 격렬해서 감독님이 (저희를) 많이 자제시켰어요. (웃음)"

그는 "키스신이나 베드신보다는 감정을 잘 드러내야 하는 장면들이 훨씬 어려웠다"며 "'커밍아웃'(스스로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것) 문제로 파트너와 싸우거나 사람들 앞에서 커밍아웃을 하는 장면은 많이 아쉽다"고 했다. "클라이맥스 장면이라서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지만 (커밍아웃한 게이인) 감독님의 감성을 충족하지 못했어요. 감독님은 '잘했다'고 하셨지만 제 눈에도 부족해 보이니 감독님은 오죽하셨을까 싶어요."

김동윤은 데뷔 12년차다. 그는 "눈에 띄는 배역을 맡아본 적이 없다. 이번처럼 흔치 않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고 했다. "오디션 보면 다 떨어지고 2년 동안 일을 한 번도 못했던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연예인이라 '빛 좋은 개살구'처럼 옷은 깔끔하게 입고 다녀야 했죠. 그러니 생활고에 시달리고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따돌리는 것 같아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평생 1년에 한 작품이라도 계속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귀엽거나 순박한 농촌 청년 같은 역할만 맡았으니 누아르나 액션 영화에 나오는 멋있는 남자는 꼭 연기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