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TALK] 이거 다큐야? 드라마야?… 케이블의 새 전략 '페이크 다큐(fake+documentary)'

'페이크 다큐'. 다큐멘터리에 드라마 같은 극적 요소를 혼합하는 방송 프로그램 장르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어 시청자들로선 어떤 장면이 실제고 어떤 장면이 연출된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케이블방송사들이 요즘 이 '페이크 다큐' 예능프로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1박2일' '런닝맨' 등 지상파가 선점한 '리얼 버라이어티'와 차별화를 꾀하면서 시청자들을 끌어오기 위한 시도다.

케이블채널 엠넷은 4월부터 그룹 룰라 출신 가수 이상민이 출연하는 '음악의 신'을 내보내고 있다. 이상민이 연예기획사 대표가 돼 신인 가수를 발굴한다는 줄거리. 엠넷 측은 "극중 기획사는 실재하지만 이상민 매니저 등은 연기자"라며 "방송에는 연출된 장면도 포함된다"고 했다. "다큐에 허구를 혼합한 '시트콤 다큐멘터리'"란다.

5일 시작한 엠넷 '유세윤의 아트 비디오'는 개그맨 유세윤이 감독이 돼 단편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다큐 형식으로 보여 준다. 역시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다. 예를 들어 회의 장면에서 어떤 영화를 만들지 논의하는 내용은 실제지만 출연자들이 주고받는 농담은 미리 정해놓은 '각본'에 따른다고 한다.

케이블채널 MBC뮤직이 4월부터 방송 중인 '메이킹 더 스타'는 1회를 서울에 복면을 쓴 영웅이 나타났다는 뉴스 화면으로 시작했다. 이후 매주 방송분에서는 한 신인 아이돌 멤버들이 복면 영웅이라는 제보를 받고 제작진이 그 그룹을 취재하는 과정을 다큐처럼 소개하고 있다. '영웅의 출현'은 설정이지만, 7인조 신인 아이돌 그룹은 실제 가수다.

'페이크 다큐' 형식의 뮤직비디오도 등장했다. 가수 아이유는 지난달 싱글을 내면서 27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기존 뮤직비디오와 달리 초반에 다큐멘터리처럼 아이유 인터뷰가 나오고, 아이유의 하루가 영화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원씨는 "기존의 '리얼 버라이어티'는 즉흥적이고 출연자끼리 어울려 노는 듯해서 스토리를 풀어가기가 어렵다"며 "'페이크 다큐'는 다큐와 드라마의 장점을 절충한 것으로 신인가수 발굴과 같은 스토리를 예능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