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 정부 공인 받았죠

지난 8일 서울 올림픽홀 뮤즈라이브 무대. 문화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음악성은 뛰어나지만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실력파 신진 뮤지션들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개최한 'K루키스' 결선이 열렸다. 정부 공인(公認) 실력파 무명 가수를 뽑는 자리였던 것.

총 156팀의 지원자 가운데 예심을 통과해 이날 무대에 오른 12개팀 중에서 청중으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팀은 '망각화(望刻化)'였다.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가진 인디 록 밴드로 양주영(30·보컬)·오윤호(38·베이스)·이상곤(29·드럼)·김재익(25·기타) 등 부산 청년 넷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이날 강렬한 록과 부드러운 어쿠스틱을 접목시킨 자작곡 '너는 날'과 '마녀'를 불러 청중의 환호를 끌어냈다. 이들과 함께 '홀로그램필름' '전기뱀장어' '스몰오' '머쉬룸즈' '솔솔부는 봄바람' 등이 'K루키스'에 뽑혀 앞으로 록 페스티벌과 방송 출연, 콘서트 개최, 연습·합주실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18일 서울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난 '망각화' 멤버들은 "우리를 알릴 기회가 생겨 행복하다"면서 "K루키스로 뽑힐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결선에서 실수가 너무 잦았거든요. 다른 멤버들은 일찌감치 짐을 싸서 밖으로 나가 있었고, 저도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이름이 불려 가까스로 상을 받았죠. 달랑 한 명만 나오니 팀 분위기가 엉망진창으로 보였을 거예요. 하하."(양주영)

'망각화'는 부산에서 각자 솔로 혹은 그룹으로 활동하던 멤버들이 서울로 올라와 2009년 홍대 앞에서 양주영을 리더로 해 뭉쳐 시작됐다. 이들은 그동안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200여 차례 공연을 가졌고, 음반도 3장 발표했다. 하지만 "낮은 공연 수익금, 만만찮은 연습실 운영비 등 인디 음악인의 삶이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오윤호·김재익은 '생활'을 위해 다른 일을 겸업하고 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음악을 알아줬으면 했어요. 다들 그런 마음에 서울로 온 거죠."(오윤호) "우리는 '슈퍼스타K'나 '탑밴드' 같은 방송사 오디션 프로에 관심이 없었는데 다른 인디밴드들이 숱하게 지원하는 걸 보면서 불안하기도 했습니다."(김재익)

'망각화'는 올해 'K루키스' 자격으로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등 음악 축제와 방송 음악프로에 출연하고, 번듯한 공연장에서 콘서트도 갖는다. 이상곤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해 날마다 맹렬하게 드럼 연습 중"이라고 했다. "부산 시절부터 클럽을 가득 메워주고 공연이 시원찮았을 땐 꾸지람도 해주는 살가운 팬들을 위해서라도 저희 잘돼야 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