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재건축 부담금'을 2년간 부과하지 않는 내용의 주택관련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로 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 지역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 등 주택 거래 정상화 방안을 내놓은 이후에도 주택 시장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2007년 분양가상한제 도입 당시 3.3㎡당 평균 980만원이던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작년에 867만원으로 떨어졌다. 건설회사들이 스스로 분양가를 낮추고 있어 이미 '죽은 규제'나 다름없는 분양가상한제를 풀어도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다. 재건축 부담금을 2년간 부과하지 않는 것도 지금처럼 아파트값이 떨어져 초과 이익이 나지 않을 때는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한다.
국내 집값은 2006년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이명박 정부는 모두 16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잠시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충격에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노인 가구가 늘어나고,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에 이르는 등 인구 구조 변화가 겹친 결과다. 대형 아파트 수요 감소를 비롯해 주택 시장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도 이번 변화에 맞춰 부동산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스페인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집값이 44%나 뛰어올랐다가 그 이후 30% 가까이 떨어졌다. 그로 인해 부동산 대출에 매달렸던 저축은행들이 대거 무너져 지난 2년 새 40개에서 10개로 줄었고, 그 충격이 은행권으로 번져가더니 끝내 국가 재정 위기로 발전했다.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에 빠져든 것도 부동산 거품이 터진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우리도 집값이 여기서 더 떨어지면 400조원에 이르는 주택 관련 대출이 불량(不良) 채권으로 바뀔 수 있다. 그로 인해 금융권의 자금 순환에 장애가 발생하고 실물 경제까지 연쇄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집값 추가 하락을 막으면서 부동산 거래가 살아날 수 있도록 취득세·등록세와 양도세 같은 세금 부담을 줄이는 과감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지금 주택 시장에서 울리는 경고음이 언제 비상벨 소리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기 전에 집값 하락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