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최악의 가뭄… 감자 값 30%(1년 전과 비교) 이상 올라

지난 49일 동안 서울에 내린 비가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전국 곳곳에 가뭄 피해가 예상된다. 이미 충청권과 전북, 경기 일부 지역에선 양파·대파·마늘 등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통상 매년 6월 하순쯤 장맛비가 내려 가뭄을 해소시키지만, 올해의 경우 오는 26일까지 제주도를 뺀 전국에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기상청이 예보해 당분간 가뭄 상황이 악화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5월 1일부터 6월 18일까지 49일간 서울에 10.6㎜의 비만 내려, 같은 기간 평년(1982~2011년까지 최근 30년 평균) 강수량 171㎜의 6.2%에 그쳤다"면서 "104년 만에 가장 적은 비가 내린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수원·대전·전주 등도 평년 강수량의 11~28% 수준인 17~46㎜ 비가 내리면서 44~49년 만의 최저 강수량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은 58.8mm로 평년(169.5mm)의 36%였다.

기상청이 매일 발표하는 '가뭄지수'(강수량·증발량 등을 고려해 가뭄 상황을 4개 등급으로 표시한 것)에 따르면 전국 76개 지역 중 서울, 경기 수원, 충남 서산 등 56개(72%) 지역이 가뭄지수가 가장 심각한 '매우 위험' 등급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댐물이나 농업용수를 공급받기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논 3686ha(헥타르), 밭 4667ha에서 피해가 발생, 대파·양파 등 농작물 가격이 대폭 올랐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한 대파 1㎏(상등품) 평균 도매가격은 2040원으로 최근 한 달 사이에 20% 이상 올랐다. 750원이던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172%가 상승했다. 5~6월에 수확한 물량을 1년 동안 저장해 출하하는 양파도 최근 가격이 많이 올랐다. 1㎏ 도매가격이 800원으로 1개월 전(693원)보다 15.4%, 작년 같은 기간(623원)보다 28.4% 뛰었다. 전남 무안과 함평 등 주요 양파 산지에서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허영재 이마트 채소 바이어는 "보통 밭 3.3㎡당 20㎏ 1망 분량의 양파가 나와야 하는데 올해는 가뭄으로 생육이 더뎌 12㎏ 정도밖에 생산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가뭄으로 쌀 가격까지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부 천수답(天水畓·빗물에 의존해 경작하는 논) 농가에서는 모내기할 엄두를 못 내면서 올가을 쌀 수확량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다.

가뭄과 함께 불볕더위도 기승을 부렸다. 19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33.5도까지 치솟아 6월 기온으로는 2000년(33.9도) 이후 1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33.8도까지 올라간 인천은 관측 시작(1904년 8월) 이래 108년 만에 최고치였다. 경기 이천 34도, 수원·동두천 33.7도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기온이 33도를 넘었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오는 26일까지 낮 기온이 섭씨 30~33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