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α… 중박 노리는 공모주 펀드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히던 현대오일뱅크와 호주 봉제의복 제조업체 패스트퓨처브랜즈가 잇따라 상장을 철회하는 등 올해 공모주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유럽발 재정 위기가 사그라질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외 증시 환경이 좋지 않자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점으로 상장을 미루겠다는 계산이다. 올 들어 5월까지 IPO 기업 수는 10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3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주에 직접투자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만큼 대신 공모주에 간접투자하는 공모주 투자로 눈을 돌려봄직 하다고 조언한다. 공모주 펀드는 주로 채권으로 돈을 굴리고 10~20% 정도 자산만 공모주에 투자하기 때문에 공모주 가뭄 상황에서도 '시중금리+α'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대박 아닌 중박(금리+α) 노리는 공모주 펀드

펀드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모집된 공모주 펀드 가운데 18일 기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골든브릿지블루오션3호증권투자회사(채권혼합)로, 1년 사이 10.91%의 수익을 올렸다.

유진챔피언공모주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Class E와 메리츠세이프밸런스증권투자신탁 2[채권혼합]도 1년간 각각 9.56%, 9.24%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12% 가까이 곤두박질친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모주 펀드가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공모주는 기본적으로 채권에 투자하면서 일부만 공모주에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데다 투자 시에도 수요가 많은 공모주를 사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 공모주 청약 대기 중

당분간 대어급 상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 외에도 카페베네·산은지주·미래에셋생명 역시 증시가 불투명하면서 연내 상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중소형 공모주 청약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코스피시장에 상장하는 사조씨푸드를 비롯해 피엔티·디지탈옵틱·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엠씨넥스·우양에이치씨 같은 코스닥시장 상장 예정 기업들이 6~7월 중 청약 일정을 받았다.

펀드 전문가들은 대형 공모주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공모주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생명. 2년 전 IPO에 나섰던 삼성생명은 공모가가 11만원으로 책정되며 큰 화제가 됐는데, 실제로 상장한 뒤에는 큰 수익률을 내지 못했다. 현재 주가는 9만5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김대열 팀장은 "공모주에 투자할 때 반드시 대형사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장해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투자 매력이 되는 회사가 얼마나 되고,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최근 공모를 늦추는 기업이 늘고 있는 만큼 수익률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근 2~3년 운용 실적 점검하고 담아라"

전문가들은 대신 펀드별로 성과가 차별화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내고 있는 공모주 펀드를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펀드가 채권을 주로 편입해서 운용하다 보니 여기서 나오는 수익률은 비슷한데, 결국 어떤 공모주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펀드의 성과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2~3년간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펀드라면, 해당 운용사가 공모주 분석을 잘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입증하는 것인 만큼 이를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